40년 넘게 '조선인 학살' 알려온 日 호센카 이사 "내 고향 진실 전승할 임무" [인터뷰]

입력 2024-08-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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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 '호센카(봉선화)' 니시자키 마사오 이사 인터뷰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상황을 설명하는 일본 시민단체 '호센카(봉선화)' 니시자키 마사오 이사 (배근미 기자 athena3507@)

일본 도쿄도 도쿄대 이과대학 부속식물원(코이시카와 식물원)과 아라사와 강변 그쯤 어딘가. 일본의 가장 오래된 왕벚나무와 뉴턴의 사과나무 등으로 학생 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들도 종종 찾는 이 곳은 알고보면 한국인에게 가장 가슴 아픈 곳 중 하나다. 관동대지진(1923년 9월 1일) 당시 조선인들이 학살된 바로 그 현장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곳에서 만난 일본 시민단체 ‘호센카(봉선화)’의 니시자키 마사오 이사(65)는 101년 전 그 날의 진실을 알리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길지 않은 시간 그가 보여준 현장사진과 자료만도 한가득이었다. 니시자키 이사는 1982년부터 현재까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활동가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의 비극과 진실에 대한 열망은 영어교사였던 그의 직업까지 바꾸게 했다.

니시자키 이사는 “대지진과 화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심이 악화되면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 사냥’이 시작됐다”면서 “당시 사건으로 6000명이 넘는 한국인이 학살됐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과 일부 일본인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봉선화의 집 사무실 내부. 벽면에는 관동대지진 관련 자료들로 빽빽하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

희생자들은 당시 도쿄시내에서 지진을 피해 온 조선인 난민들과 아라카와 강 인공수로 조성에 투입된 인부들, 태중에 아이를 가진 산모 등도 포함됐다. 그는 “임신부 배가 볼록 나와있으니 (아기가 아닌) 폭탄을 넣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만들어 학살을 자행했다”며 “당시 이 곳 일대가 전부 시체로 가득 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봉선화는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을 기리기 위해 기부금을 모아 2009년 학살지로 추정되는 곳 부근에 토지를 구입하고 추모비를 세웠다. 그리고 관동대지진이 있던 매년 9월이 되면 추모제를 연다. 시민단체 사무실 ‘봉선화의 집’은 추모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사무실 내부에는 관동대학살 관련 증거들이, 외벽에는 희생자들의 넋과 평화를 기원하는 듯한 호랑이와 비둘기, 나비 등이 그려져 있다.

한국과 아무런 연도 없는 일본인들이 이처럼 조선인들을 추모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묻자 니시자키 이사는 “우리(일본인들)가 태어난 장소에서 생긴 일인 만큼 진실을 전승해 나가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 내 많은 사람들이 그 날의 진실을 모르거나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모비 역시 주택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관심이 없다면 찾기 힘들 정도다. 그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지사 등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어 진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역사적인 근거를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니시자키 이사는 이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추모비. (배근미 기자 athena3507@)

▲관동대지진 조선인 추모비. 평범한 주택가 마당 한 켠에 위치해 있어 알고 보지 않는다면 찾기 쉽지 않을 듯 하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

▲봉선화의 집 사무실 외부의 그림. 호랑이와 비둘기, 나비 등이 그려져 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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