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전문가들은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발병이 확산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와 연대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 엠폭스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작년 5월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해제했던 PHEIC을 1년 3개월 만에 재선언한 것이다.
앞서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13일에 엠폭스 확산에 따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CDC에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권한이 부여된 이후 실제 이를 실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이번 변종 엠폭스는 2022년 유행한 엠폭스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아프리카에서는 1만8700건 이상의 감염 사례와 500건 이상의 사망이 보고됐다. 이는 전년도 전체보다 높다. 가장 확산이 빠른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전체 확진자와 사망자의 96% 이상이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부연구위원인 에베레 오케레케 박사는 “엠폭스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잠재적으로 새롭고 더 위험한 변종이 더 많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위험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세계적 대응력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관계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높다. 백신, 검사 등의 자원이 개발도상국에 도달하는 데 선진국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주요 질병 발생 시 전 세계의 대응 방법을 규정하는 팬데믹 협약에 대한 협상이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이뤄졌지만 시한 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이 자국 영토에서 전파되는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대가로 약물과 치료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을 방법 등을 포함해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의 이사인 닉 디어든은 “엠폭스는 수년 동안 소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만연했다”며 “그러나 이를 치료할 약이 있음에도 발병이 서방에 위협이 될 때까지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약사들이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면서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면서 “영국을 포함한 부유한 국가들이 대형 제약사에 맞서 팬데믹 조약 협상에서 이러한 심각한 불평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막을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콩고민주공화국에 엠폭스 백신 5만 회분을 기부하기로 했지만, CDC는 아프리카 내 백신 제조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케레케 박사는 “국제사회가 이 선언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미래의 팬데믹 조약의 잠재적 효과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