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트럼프 캠프의 이러한 공약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와는 상충한다. 미국을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자로 만든 것은 어마어마한 구매력이다. 거대한 무역적자를 등에 업고도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경제적 기초 체력이 세계 경제 체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만들어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처럼 무분별한 전쟁에 나설 것이 아닌 이상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현재 세계 질서를 휘두를 힘은 ‘총’보다는 ‘돈’에 있다. 몇 년 전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한국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그것도 동맹국들을 상대로 자국의 무역적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관세를 때려대겠다는 말은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패권 국가로서의 힘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또 이러한 관세가 미국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대(對)중국 고관세와 10%의 보편적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한편,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장려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캠프의 이 두 가지 관세 조치로 인해 2년 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2.5%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하루빨리 목적과 방식이 상반되는 갈지자 횡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강하고 위대한 미국’이라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왕관의 무게쯤은 견뎌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