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통신영장 발부…공수처, 대통령 개인 통화내역 확보
‘구명 로비 의혹‧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등 사건 산적
‘채상병 사건 담당’ 수사4부, 검사 3명뿐…“충원 검토 아직”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사팀의 업무량이 쌓여가고 인력난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군사법원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취지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이 답변할 경우 사실상 서면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VIP 격노설은 지난해 7월 31일 윤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을 보고받고 격노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박 대령은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 대령 측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공수처는 최근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와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 10여 명의 통신내역을 확보했다. 지난달 26일 송창진 공수처 수사2부 부장검사가 국회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이 기각됐다”고 밝힌 후, 공수처가 새롭게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당시 정황을 추정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에 통화내역이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데에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사건의 주요 단서인 통신내역을 확보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만,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통화내역 보존기간(1년) 만료를 앞두고서야 자료를 확보했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소식도 최근 3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공수처는 박 대령에게 수사 대상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올해 4월에서야 처음으로 소환했다. 5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2차 조사를 마지막으로 관련자들의 대면 조사 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공수처 수사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도 산적해 있다. 채상병 사건을 맡은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검사가 사건 회피 신청을 하고 또 다른 검사도 개인 사정으로 휴직하면서 현재 수사4부의 검사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3명뿐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4부 충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