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양육비해결모임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 카페에서 ‘배드파더앤마더스’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운영자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죄로 기소된 ‘배드파더앤마더스’ 사이트 운영자 A 씨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피고인 A 씨는 2019년 6월 18일 오후 5시께 해당 사이트에 B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캡처하고 나이와 거주지, 미지급 금액 약 1억 원 등에 관한 개인정보들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인천 중구 거주 평창올림픽 스키강사 출신”, “다른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하지만 양육비 줄 돈 없는 파렴치한”이라고도 썼다. 이에 B 씨는 스키강사 출신이 아니고 다른 가족 명의로 사업도 하고 있지 않다고 A 씨를 고소했다.
재판에서는 피고인 A 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고소인 B 씨의 딸이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사진, B 씨에게 약 9200만 원의 양육비 등 지급을 명한 종전 판결문 등을 종합해 볼 때 전체 게시 글 내용 중 일부를 A 씨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실제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법률상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고, 사진까지 공개되는 것은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법률에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적 단체에 의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전파성이 매우 큰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된 신상정보는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설 단체의 운영자인 피고인(A 씨)이 피해자 등 양육비 비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피해자의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통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피해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