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달 말 본회의에 올릴 민생법안을 추려내기 위해 각 상임위원회를 바쁘게 가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22대 국회가 또다시 ‘기후패싱’을 자행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기후 및 환경 관련 법안을 주로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는 22대 국회 개원 후 지금까지 총 12번의 회의(안건조정위원회 포함)를 개최했지만 주요 기후 법안은 아직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현재 환노위에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개념을 도입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훈기 민주당 의원 안)을 비롯해 극한 기상재해에 대한 시민·노동·산업계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국민이 기후위기 적응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적응정보통합플랫폼’을 운영하는 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안)과 정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위촉 과정에 노동계 등 사회 각계 참여를 강화시키는 법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안)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환노위가 개원 초반 ‘노란봉투법’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기후 법안은 ‘논의’의 ‘논’자도 꺼내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개최된 12번의 회의 중 8번은 입법공청회 개최 등 노란봉투법 처리에 할애됐다.
이달 초 추경호 원내대표가 야당에 ‘정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한 뒤 여야가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여전히 법안 논의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야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상설화에 공감대를 이뤘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관련 법안 처리에 힘을 싣고 있지만 담당 상임위인 운영위원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특위 상설화’는 앞서 19일 우 의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따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시급한 현안 중 하나로 여겨진다. 관련해 이 대표는 “(25일 있을 한동훈 대표와의) 실무협의 때 이야기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국회에는 ‘탄소 다(多) 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기후금융특별법(정무위·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안), 재생 가능한 해상풍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해상풍력특별법(산자위·김소희 의원 안), 국내 탄소중립산업에 대한 효율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탄소중립산업법(산자위·박지혜 의원 안)이 마련돼 있다.
앞서 산자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탄소중립산업법·해상풍력특별법 등 기후 관련 법안을 소위원회로 처음 회부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만큼 법안 통과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