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전 발전용량 역대 최대…중국·러시아가 주도

입력 2024-08-22 15:12수정 2024-08-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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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러, 최근 10년간 신규 건설 원자로 60% 차지
중국, 2030년 발전용량 미국 추월 자신
AI 전력 수요 급증에 글로벌 원전 확보 노력 가속화

▲2023년 8월 10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창장 원자력 발전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링룽 1호'가 건설 중이다. 하이난성(중국)/신화뉴시스

글로벌 원자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비영리단체인 일본원자력산업포럼 데이터 등을 인용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가 6월 현재 436기이며, 총 발전용량은 416기가와트(GW)라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에 찍은 이전 기록 414GW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0년 동안 새로이 건설된 약 70기의 원자로 가운데 60%를 차지했다. ‘원전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이 기간 원자로 39기를 건설해 발전용량을 4배로 늘렸다. 이로써 중국의 가동 원자로 수는 56기로 프랑스와 동률을 이루며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에너지협회는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 원자력 발전량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현재 33기의 원자로 중 9기를 최근 10년 이내에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원자로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에 더해 러시아는 주요 수출 품목인 천연가스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10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20기 이상이 계획 단계에 있다.

한동안 원자력 에너지는 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1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터져 전 세계 원전 산업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최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안정적 에너지원으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가 탄소배출이 없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부각된 영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50년까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비롯된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는 2026년에 2022년보다 2.4배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닛케이는 “중국과 러시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정부 주도의 원자력 개발을 계속했다”면서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가 ‘두 나라가 차세대 원자로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라고 한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규모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앞서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작년 12월 산둥성 룽청시에서 4세대 첨단 원전 기술 중 하나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세계 최초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가 수익성을 이유로 SMR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과 대비된다”면서 “미국에서 SMR은 이르면 2030년께 상업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중국은 4세대 원자로를 대규모로 배치할 수 있는 기술에서 미국보다 10~15년 앞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핵연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농축 우라늄 보유량 점유율이 세계의 절반에 육박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해양부유식원자로(Floating Nuclear Power Plant)’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또 핵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고속중성자로원자로’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원자로 건설 붐이 재현되고 있다. 일본ㆍ영국ㆍ프랑스는 더 많은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는 계획을 폐기했고, 스웨덴은 신규 원자로 건설에 대한 제한을 해제했다.

원전 청정국 호주마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자로 설치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호주는 우라늄 주요 생산국이지만 신규 광산 개발을 금지했고, 원전은 단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로 인해 원전 도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일면서 호주에 첫 원전이 건설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은 또 그간 원전 산업을 민간이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정부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 원자로 건설을 확대하기 위해 프랑스전력공사(EDF)를 다시 국유화했다. 미국은 2022년에 핵 발전소가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60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핵 에너지 생산자들에 총 300억 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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