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 최대 10도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체감 온도 빠르게 높여주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5분 안에 서리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이번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대표팀에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이 섬유 형태로 적용된 모자를 전달했습니다. 선수들이 이 모자를 쓰고 머리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춰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크레스크 72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기아 ‘히트 테크 데이’에서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첨단 소재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파리올림픽 양궁 대표팀의 모자에 적용했다. 해당 모자는 일반 모자보다 최대 5도까지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 선수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서 경기하면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을 차량에 적용, 양산할 계획이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다.
기존 틴팅 필름과 달리 유리를 어둡게 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앞서 4월 현대차는 법적으로 틴팅이 금지된 파키스탄의 70여 대 차량에 무상으로 나노 쿨링 필름을 부착해주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을 포함해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기술 세 가지를 공개했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냉·난방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도 소개됐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탑승자의 신체 온도를 높여주는 기술이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기존 히터만 틀었을 때보다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통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히터를 작동할 때 느끼던 실내 건조함도 개선할 수 있다.
화상 위험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적용됐다. 110℃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방출한다.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안에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도 크게 개선됐다.
여름철과 같은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온도 제어 기술 개발을 통해 전동화,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모빌리티를 진정한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영호 현대차·기아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상무는 “공개한 기술 세 가지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와닿는 기술”이라며 “고객들이 모빌리티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떠올리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