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상속] 구하라법과 기여분

입력 2024-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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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나자 양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려 했다. 그렇게 양육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졌다.

이후 소위 ‘구하라법’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다. 다만 지난 국회에서는 입법되지 못하였고, 최근 여야가 구하라법 처리에 대하여 합의했다고 한다.

얼마 헌법재판소는 패륜적인 행동을 한 자식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는 현재 유류분 제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패륜적인 자식의 유류분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부모의 의무, 자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다.

이러한 상속권 상실 제도와 같은 취지로 상속을 받아야 할 사람이 형평성에 맞게 자신의 상속권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기여분이다.

민법은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부모를 부양’하거나 ‘부모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상속인에게는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데 많은 시간적, 경제적 이바지를 한 자식과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자식이 같은 비율로 상속을 받게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기여분이 인정된다면 아버지의 재산을 어떻게 나누게 될지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현금 10억 원을 남겼고 상속인으로 자식 2명이 있을 때 장남에게 40%의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10억 원 중 4억 원을 받는다.

나머지 6억 원은 상속인의 자식이 2명이므로 절반씩 다시 나누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장남은 기여분 4억 원에 상속분 3억 원을 더한 7억 원을 받게 되고, 차남은 3억 원을 받게 된다.

기여분은 상속인들 전원이 합의해서 정한다. 하지만 상속인들 전원이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법원에 기여분을 정해달라는 청구를 해야 한다.

필자가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다 보면 기여분 청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실제 사건에서는 법원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인정되는 비율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실제 판결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이라도 단지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식의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 부모에게 용돈 수준의 돈을 준 것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반면 2년 정도 모시고 살았지만 부모님이 중풍 및 치매로 반신불수 상태에 있었던 경우 기여분을 인정한 판례, 부모를 20년 이상 동거하면서 모시고 살며 부모의 부동산 관리를 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상속재산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형평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부모님을 부양하는 데 특별한 노력을 하거나 재산 관리에 이바지를 한 자식에게는 더 많은 몫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아직 기여분 인정에 인색하게 느껴진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 탓이다.

물론 부모를 모시는 것은 자식의 의무지만, 다른 자식들과의 관계에서 부양에 노력한 자식과 그렇지 않은 자식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에서 기여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는 데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헌재는 유류분 반환 청구에서도 부모에 대한 기여의 대가로 받은 재산에 관해서는 유류분 청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대로 입법이 이뤄지고 상속에 있어 기여분 제도가 더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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