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망자를 낳은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소방당국은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원인에 대해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아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에어컨 화재의 경우 장시간 가동으로 인한 과부하나 낡은 전선에 먼지 등 이물질이 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810호 내 설치되어 있던 에어컨은 벽걸이형으로 그 아래에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또한 그 바로 옆으로는 매트리스가 놓여있었는데, 매트리스에 불이 붙을 경우 실내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한국방재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는 TV보다 490배, 나무 재질의 책상보다는 230배, 서랍장보다 9배 빠르게 불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 됐다.
당시 810호 객실에서 에어컨 불똥이 처음 튄 소파는 매트리스보다 절반 수준의 속도지만, 다른 집기류에 비해서는 확산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불이 난 810호 객실이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었다면 에어컨에서 불이 처음 붙었어도 누군가가 발견해 소화기로 끌 수 있을 정도의 화재로 끝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에어컨 주변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라며 “화학제품인 매트리스는 불에 타면 나무 재질의 가구보다 유독가스가 훨씬 많이 나온다. 숙박업소의 매트리스는 방염 성능 기준을 적용해 난연 제품을 쓰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소방 당국자 역시 “에어컨에서 스파크가 튀어 맨바닥에 떨어졌다면 그나마 연소나 연기 확산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하필이면 소파와 매트리스가 에어컨 근처에 있어 불이 빨리 붙은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추측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한편 지난 22일 부천 호텔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2명 등이 다쳤다. 당시 발화지점인 810호(7층) 객실을 배정 받은 A씨는 에어컨에서 ‘탁탁’ 소리와 탄 냄새를 맡고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하고 6층으로 방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810호의 객실 문이 닫히지 않았고, A씨가 객실을 나선 지 2분 만에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1분23초만에 호텔 7층 복도를 가득 채우면서 호텔은 화염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