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형, 각형·원통형보다 외부 충격과 열 전이에 취약
소재부터 공정까지 전 단계서 고도화된 열 관리 기술 확보
최근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배터리 업계는 폼팩터(형태)별 열 관리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더욱 안전한 폼팩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의 ‘EQE 350+’ 모델에는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가 만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파라시스는 각형 배터리에 주력하는 CATL, BYD와 달리 파우치형 배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회사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얇고 유연한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외장재(파우치)에 배터리 소재를 담은 구조다. 무게가 가볍고 빈 공간이 적어 다른 폼팩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다양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사용한 초기 전기차에 많이 탑재됐다.
그러나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과 원통형에 비해 외부 충격과 열 관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는 외장재로 두꺼운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비교적 강하고, 배터리 셀에서 열 폭주가 일어나도 금속 캔이 열 확산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47건 중 33건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원인이었다. 물론 시장 초기 파우치형 배터리의 높은 비중을 감안하면 파우치형의 화재 위험이 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또한 파우치 배터리 제조사들은 낮은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열 관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 초 공개한 파우치형 셀투팩(Cell to Pack·CTP) 배터리는 팩 케이스에 ‘써멀 레진’을 발라 냉각 효율을 높였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아 안전성을 높인 ‘Z-폴딩’ 공법을 상용화했고, 셀 사이에 방호재를 삽입해 열 전이를 막는 기술을 확보했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보다 안전성을 더욱 중시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우치형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28%였던 파우치형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17%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파우치형 배터리에만 주력하던 완성차·배터리 업계도 새로운 폼팩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연말부터는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SK온은 각형 배터리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논의 중이며, 원통형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