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 KIA 타이거즈가 시즌 후반기에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자칫하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걸린 위기다.
26일 현재 KIA는 71승 2무 48패(승률 0.597)로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시즌 70승 고지에 선착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확률은 76.5%에 이른다.
하지만 2017년 통합우승 이후 6년 만에 통합 우승을 노리는 KIA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찾아왔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원투펀치를 맡던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이날 제임스 네일은 6회 말 선두타자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얼굴을 맞았다. 타구에 맞은 네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갔다. 한눈에 봐도 부상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네일은 곧바로 삼성 창원병원으로 후송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고 턱관절 골절됐다는 소견을 받았으며 25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KIA 입장에선 초비상이다. 올 시즌 선발 투수들이 다치는 불운을 겪던 KIA는 정규 시즌을 23경기 앞두고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에 이어 또 한 명의 주축 투수를 잃게 됐다.
특히 시즌 중반 이탈한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로 한국시리즈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확실한 승리 카드를 잃는 것이 뼈아프다. 제임스 네일은 이번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49와 3분의 1이닝 동안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KBO리그 전체로 봐도 평균자책점, 다승, 승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사실상 잔여 정규시즌 등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KIA는 양현종과 에릭 라우어, 황동하, 김도현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게 됐다. 네일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체 선발 카드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시한인 8월 15일을 넘긴 탓에 대체 선발을 포스트시즌에 활용할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여기에 KIA의 허리를 책임지던 마당쇠 장현식도 내복사근 염좌로 1군에서 말소됐다. KIA는 25일 NC전을 앞두고 장현식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우측 내복사근 염좌 진단으로, 관리 차원 차원에서 말소됐다는 설명이다.
장현식은 이번 시즌 64경기에서 64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4승 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04를 마크 중이다. KIA 불펜 중에서는 가장 많이 등판한 장현식은 최소 말소 기간인 열흘을 채운 뒤 다시 1군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과 불펜에서 핵심 투수를 잃은 KIA는 아직 대체 선발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롱 릴리프인 임기영이 대체 선발로 낙점될 보인다. 시즌 중반에 김사윤을 오프너로 활용하는 전략도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김기훈의 활약도 눈에 띈다.
김기훈은 이번 시즌 9경기에 등판해 9이닝 동안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1-4로 뒤지던 5회 초 선발 김도현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김기훈은 이날 KIA의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투수진의 공백도 공백이지만 KIA의 한 줄기 희망은 타선이다. 중심타자 최형우가 1군 복귀를 예고했다.
이달 6일 kt 위즈 전에서 스윙하다가 옆구리 근육 통증으로 이탈한 최형우가 2군 출장 3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최형우는 25일 함평에서 열린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로 출장해 2회 말 첫 타석부터 우중월 홈런을 때려냈다. 비거리 130m 대형 아치다.
6회 말엔 우전 안타까지 때려내며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한 최형우는 퓨처스리그 3경기 통산 타율 0.500(8타수 4안타)을 기록하며 복귀 임박을 예고했다.
최형우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KIA 타선은 말 그대로 숨통이 트였다. 또 다른 중심타자 김도영과 나성범도 제 컨디션을 되찾은 상황에서 KIA가 투수진의 공백을 타선의 힘으로 남은 경기를 압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