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입법 목적 저해 판단"
방통위 2인 임명 체제에 반기
향후 추진 정책 올스톱 위기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아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사법부가 2인 체제 아래 이뤄진 결정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만큼, 그간 정부가 추진해오던 방송 정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6일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인용 결정으로 본안 판단 때까지 신임 이사들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가 탈락한 3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의 목적, 구성 등에 관한 방통위법 제1조, 제5조 제2항, 제7조 등에 의하면,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뒤에서는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 추천은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정권과 분리돼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그간 방통위는 반복되는 위원장 사퇴, 탄핵사태로 1년 가량 내홍을 겪으며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 사이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과 공영방송 이사 임명 및 해임 등 굵직한 결정이 이뤄졌다.
이날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 선임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명처분에 관련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하여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위에서 본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단으로 방송 업계와 관가에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이 판정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용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시작된 방통위 식물 사태가 길어지는 한편, 여권에서 추진하던 KBS 공영 방송 구조 개편 및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 및 추진 등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YTN 민영화 등 그간의 정책 결정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편 국회에서는 방통위 신임 위원 선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측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내 비친 바 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시바삐 5인 위원회가 아니면 4인 위원회라도 돼서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게 국회에서 나머지 세 분을 추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직무대행은 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고 방침을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판사마다 판단의 기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바로 잡자고 또 상소 제도가 있는 것이라서 저희는 항고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