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지수 순위, 韓 ‘39위’ 그쳐
반면 日 6위ㆍ中 25위…개선 시급
“해외 유통망ㆍ비축 대응 마련해야”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하면서 식량안보를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핵심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신산업 제안 시리즈-식량안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2023년 GDP 기준 14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식량 산업은 생산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특징이 있다. 식량이 남아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 브라질 등 6개국에 불과하지만, 식량이 부족한 국가는 130여 개에 달한다. 글로벌 수요가 365일 지속하는 데 비해 곡물 수확 시기는 한정(북반구 8~10월, 남반구 2~4월)돼 수요ㆍ공급 불균형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이상기후로 인한 수확량 저하 혹은 지정학적 분쟁은 생산국의 공급ㆍ유통상 문제로 직결되기에 곡물 가격 변동성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3대 곡물 수입 의존도는 △옥수수 98.3% △밀 99.2% △대두 96.4%에 달한다.
2022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식량안보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일본ㆍ중국 대비 종합점수 순위가 뒤처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은 37위에서 44위 사이 위치했으나, 일본은 10위권 이내를 유지해 식량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였다. 중국은 49위에서 25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2022년 기준 식량안보지수의 세부 평가지표별 한ㆍ중ㆍ일 순위를 보면 한국은 113개국 중 △식량 구매능력 51위 △공급능력 11위 △품질 및 안정성 50위 등 평가항목 4개 중 3개 부문에서 일본과 중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지속가능성ㆍ기후변화 적응력 부문에서만 일본과 중국 사이인 34위에 자리했다.
세계 곡물 유통시장은 미국 ADM(Archer Daniels Midland) 등 4대 메이저 기업이 전통적 강자로 독과점을 형성 중이며 아시아 지역 내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남아는 한국의 13배에 달하는 농지와 풍부한 곡물 생산을 자랑하지만 산지 유통, 수확 후 관리(저장ㆍ가공) 및 물류ㆍ인프라 부족 등으로 벨류체인상 유통과 식량안보 측면에서 한국보다 떨어진다.
일본 정부는 과거부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 지원 및 무역보험을 통한 보증 등을 민간 농업협동조합(Zen-Noh)과 종합상사에 제공 중이다. 이미 미국ㆍ브라질ㆍ캐나다에서 해외 곡물 유통망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정부 차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해외 현지 유통기업을 인수하는 등 곡물 유통망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일본ㆍ중국은 자국 식량안보를 위해 관련 법을 제ㆍ개정했고 해당 법은 올해 모두 발효됐다. 이를 통해 자국 식량 공급 및 수급(비축) 등을 국가안보 차원으로 다뤄 향후 발생 가능 변수를 대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구체적인 식량안보 개념이 없다. 제1조 목적상에도 공급망 리스크 등 외생변수로 인한 안정적 식량 공급이 점차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식량안보를 법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중국 대비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에서 미진한 데 더해 밀ㆍ대두 비축기지 또한 국내에 마련돼 있지 않아 곡물 수급 불안정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식량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 필수재라는 점에서 식량안보는 앞으로 단순한 먹거리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식량 공급 안정을 위해 선도기업을 적극 지원ㆍ육성하고,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와 비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