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했다. 야당과의 대표회담을 성사시키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27일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찾아 ‘국내 자본시장·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투세 폐지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오전 10시쯤 검정 양복에 초록색 넥타이 차림으로 도착한 한 대표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곧장 홍보관으로 이동했다. 그는 홍보관 입구에 있는 아너스 갤러리(honor's gallery)에 “청년의 꿈, 자본시장의 꿈입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한 대표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제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정 이사장과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본부장, 윤혁진 SK증권 부서장 등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밸류업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밸류업은 기업들이 하는 것”이라며 “다만 그 기반과 토대를 만드는 게 공적 영역에서 할 일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여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책무는 ‘세제 개편’이라며 그것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증시 전체를 밸류업 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승계 관련 상속세 문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금투세 폐지 문제와 같은 영역에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와 뜻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가 청년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거나 길거리를 보면 저희 세대와 다른 점을 많이 느낀다”며 “저희 땐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청년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하는 것은 청년의 꿈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밸류업을 고려해 금투세도 시장 참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개편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면서 “금투세 폐지는 국내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을 견인해나갈 수 있는 상징적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전당대회가 끝나면 (금투세 폐지와 관련한) 당내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한 만큼 민주당에서도 공감대를 같이 형성하고 뜻을 모아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여당은 여야 대표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금투세 폐지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이달 25일 대표회담을 열어 우선처리할 민생법안을 선정하기로 했지만 이 대표의 건강상 문제로 연기됐다.
한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께서 오늘 퇴원한다”며 “(금투세 폐지는)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다. 곧 있을 대표회담의 주요 의제로 올려서 결과물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금투세를 ‘1% 부자와 99%의 다중’으로 바라봤다. 그중 1%를 공격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게 따지면 대부분의 99%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왜 반대하겠나. 민주당이 발을 잘못 담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몇 명(금투세 부과 대상인 1%)에게만 과세한다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판”이라며 “민주당도 지금 발 빼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표회담을 통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한 이 대표는 이날 정오쯤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내일(28일) 최고위원회의 주재로 당무에 복귀하는 만큼, 추후 대표회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