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얼어붙었던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 탄력이 붙었다. 올해 정비사업에서만 '1조 클럽'에 발을 들인 대형 건설사가 여섯 곳으로 늘었다. 하반기에는 한남4ㆍ5구역 등 공사비만 2조 원에 육박하는 알짜 사업지가 대거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롯데건설은 ‘전농제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비는 7058억 원이다. 이 사업 재개발을 따내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총 1조64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4315억 원 규모의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 시공권을 손에 넣으며 올해 첫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어 6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와 강동구 천호우성아파트의 재건축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각각 2597억 원과 2429억 원이다.
같은 날 삼성물산 건설부문 또한 1조 클럽의 일원이 됐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2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이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면서다. 삼성물산의 누적 정비사업 수주액은 1조59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까지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손에 넣은 전국 정비사업 현장은 4곳이다. 지난 5월 공사비 2320억 원의 서울 서초구 잠원강변 리모델링에 이어 6월 부산시 수영구 광안3구역 재개발(사업비 5112억 원) 시공사로 선정됐다.
SK에코플랜트와 두산건설도 나란히 정비사업 수주액 1조 원을 달성했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도시정비 수주액은 1조1185억 원으로, 이달 대전 도마ㆍ변동 6-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확보하며 1조 원의 벽을 넘었다.
앞서 △인천 부평구 부개5구역 재개발(2203억 원) △대전 동구 가양동1구역 재개발(2572억 원)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2151억 원)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1039억 원) △서울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1033억 원) 등 5개 사업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절반(3곳)이 타 건설사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그동안 다수의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지난 6월 구미 중앙숲지역주택조합(3784억 원), 강화2지역주택조합(3127억 원)을 수주하는 등 총 1조96억 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6425억 원) 대비 57% 많은 수치다.두산건설 관계자는 "분양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수주 진행 중"이라며 "리스크가 적은 도시정비사업과 단순 도급공사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사업을 골고루 수주하며 올해 3조5525억 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1조927억 원)과 부산 진구 촉진2-1구역 정비사업(1조3274억 원) 수주액만 해도 2조 원이 넘는다.
올 3월부터 정비사업 수주에 시동을 건 현대건설은 △경기 성남시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6782억 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 원) △서울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6340억 원) 등 주요 사업을 따내며 3조3060억 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4조6122억 원)의 약 72%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선별 수주 강화로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하반기 들어 신반포16차 재건축(2469억 원)사업과 부산 다대3구역 재건축 사업(2143억 원)에서 연이어 시공사로 선정되며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DL이앤씨 또한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3817억 원) 시공권을 손에 쥐며 정비사업 수주 포문을 열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수주를 하고 있다"며 "입지와 사업성,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각각 공사비 1조7000억 원, 1조6000억 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과 한남4구역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선다. 이외에도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 원)과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재개발(1조700억 원) 사업 또한 대기 중이다. 사업비 1조 원 이상의 '대어' 현장이 대거 시공사 선정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정비사업은 공사비 규모가 크고, 건설사 브랜드 가치 제고도 가능해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주택시장 부진으로 지방 재건축 수주는 감소했지만 고분양가에도 조합원 추진 의지가 높고 대기수요도 두터워 사업성이 확보되는 경우가 많은 수도권 사업장 수주는 활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