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경영·경기 부진 등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먹구름"
올해 하반기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20개사) 중 57.5%는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40.0%) 채용하지 않을 것(17.5%)이라고 응답했다.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42.5%로, 작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7.1%포인트(p) 증가했다. 최근 기업들이 수시채용을 확대하면서 채용 시기나 규모 등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채용 계획 수립 부담이 완화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70.0%는 대졸 신규 채용에서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14.1%p 늘어난 수치다.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0.8%,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9.2%로 나타났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0.0%였다.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64.8%로 집계됐다. ‘줄이겠다’는 기업은 17.6%, ‘늘리겠다’는 기업은 17.6%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수익성 악화ㆍ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ㆍ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 (20.6%) △필요한 직무 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순으로 응답했다.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 인재 확보 차원(55.6%)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 상황 호전(22.2%)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의 인력 수요 증가(11.1%)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신규 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0%) △신산업ㆍ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6.5%) 등이다. 특히 연구ㆍ개발직(28.8%), 전문ㆍ기술직(27.1%), 생산ㆍ현장직(20.0%) 등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산업 현장에서는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응해 전문성을 갖춘 연구ㆍ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면, 채용 시장에서는 관련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 증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 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ㆍ고용 확대 유도(37.5%)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7.5%)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12.5%) 등을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내수 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보수적인 채용이 예상된다”며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입법 논의를 지양하고, 각종 지배구조와 진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신산업 발굴과 기업 투자ㆍ고용 확대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