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간접 해외펀드도 ETF처럼”…환매·보수 절감 ‘직접 투자’ 길 열린다

입력 2024-08-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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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직상장에 '재간접 해외펀드' 포함
해외 운용사 펀드를 국내 운용사가 그대로 받아서 운용
공모 침체 속 재간접 해외펀드 인기…설정액 26% 증가
환매주기 단축으로 기준가 확정 지연 따른 손실 감소해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금융당국이 재간접 해외펀드의 상장(장내화)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자산운용사에서 운용 중인 펀드를 국내 운용사가 받아서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장내에 상장시켜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공모펀드 중 순자산액 규모 1, 2위인 미국 피델리티(Fidelity)와 그로스(Growth) 모두 재간접 펀드로 운용되고 있어 상장되면 공모펀드 경쟁력이 빠르게 제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공모펀드의 한국거래소 직상장 절차를 추진 중인 가운데 재간접 해외펀드도 포함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해외 투자 열기가 뜨거운 개인투자자들의 재간접 해외펀드 수요가 활발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당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간접 해외펀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운용 중인 펀드를 국내 자산운용사가 받아서 판매하는 펀드를 말한다. 업계 전문용어로 ‘화이트 라벨링(White Label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해외 본사 운용사에서 설립한 별도 한국 법인 또는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재간접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국내 운용사가 먼저 해외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발굴해 위탁운용 제휴를 맺고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해외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현지실사와 시장상황 등을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전 세계 다양한 시장 및 업종에 투자할 수 있다.

당국이 공모펀드 직상장에 재간접 해외펀드도 포함키로 한 것은 공모시장 침체 속에서도 재간접 해외펀드가 비교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 45곳에서 자산의 60% 이상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해외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6일 기준 16조7700억 원으로 작년 말 13조3000억 원보다 26% 증가했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에는 해외 유수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가 국내에 비해 실력이 검증됐다는 믿음도 있다. 재간접 해외펀드 투자 규모가 큰 국내 운용사는 피델리티자산운용(5조4700억 원), 삼성자산운용(3조3600억 원),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3조2000억 원), 한국투자신탁운용(2조500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1조7000억 원) 등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해외운용펀드를 재간접으로 ‘라벨링’ 해서 파는 재간접 해외펀드가 유행했다. 실제 운용인력을 크게 투입 안 하고 재간접 펀드만 만들어 굴려주면 운용 방식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대부분 운용은 해외에서 하고 국내에서는 환헤지만 하면서도 현지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전문성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간접 해외펀드가 상장되면 가장 큰 장점은 이중으로 책정되던 보수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재간접 해외펀드의 국내 운용보수는 40~60bp(1bp=0.01%p) 수준으로, 판매보수와 신탁보수까지 합산하면 100bp(1%)까지 증가한다. 여기에 해외 운용펀드의 보수까지 별도로 내야 한다. 하지만 상장 후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면 각종 판매수수료와 보수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환매 기간이 'T+2'로 단축되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기준가 손실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존에는 해외펀드 환매 시 일러야 최대 4영업일, 현지 공휴일 또는 주말이 포함되면 평균 7영업일 이상이 소요된다. 만약 목요일에 환매를 신청하면 ‘금-월-화’를 지나서 수요일에 환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익률이 난 상태에서 환매 신청을 하더라도 하락일 기준으로 환매기준가가 확정되면서 손실을 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간접 해외펀드가 상장되면 국내 운용사들은 큰 투입 없이 챙길 수 있던 수수료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공모펀드 시장이 커지면 시장 파이가 커져서 돌아오는 혜택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TF는 괴리율 문제 때문에 추종하는 지수에서 크게 못 벗어나는 제한이 있는데, 공모펀드는 그 부분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라며 "해외 본사와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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