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눈에 띄는 실적 없을 것” 경고에도
시장, 높은 운용성과에 신뢰감
“불확실한 상황서 방어주로 더 주목”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클래스 A) 주가는 전일 대비 0.75% 상승한 69만6502.02달러에 장을 마감해 시총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다.
또 버크셔는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와 함께 거대 기술기업이 아닌데도 시총이 1조 달러를 넘은 오직 둘 뿐인 기업이 됐다.
보험 부문의 견실한 실적에 힘입어 버크셔 주가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버핏 회장이 “눈에 띄는 실적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버크셔 주가는 올해 28% 이상 뛰면서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상승률(17%)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가 수년간 높은 운용성과를 쌓아온 버핏에 대한 신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케빈 힐 아구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시총 1조 달러 달성은 큰 성과”라며 “이 수치는 버크셔와 버핏의 장기적 성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캐시 세이퍼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도 “시총 1조 달러 달성은 회사의 재무적 강점과 프랜차이즈의 높은 가치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특히 버크셔 주가는 이달 초 미국 증시 대혼란이 벌어진 이후 되레 빠르게 상승했다. 애플 등 보유주식 매각을 추진한 방어적 자세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중개회사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 있을 때 버크셔는 방어적인 종목으로 더욱 주목받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다우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방어주 상승이 두드러졌다. 버크셔 시총 1조 달러 돌파는 경기 악화에 강한 종목의 우위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일 수도 있다.
또 버크셔는 투자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보험, 철도, 식품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거대 복합 기업이다. 투자 사업은 그중 일부분일 뿐이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주가를 끌어올린 대형 하이테크 주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짚었다.
버핏은 방어적인 자세를 강화하면서 다음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버크셔의 현금성 자산은 애플 주식 매각 등을 배경으로 6월 말 기준 2769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버핏은 5월 주주총회에서 “자금을 (신규 투자로) 돌리고 싶지만 리스크가 낮고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증시는 현재 경기둔화 조짐 속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버핏은 향후 시장 움직임을 내다보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