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출입을 위해 세종에 거처를 마련한 지 4개월 정도 지났다. 생경한 출·퇴근길에 의아하게 느낀 것이 있었다. 청사 외부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특정 부처의 간판을 단 건물이다. 특히 어진동의 한 건물에 통째로 세 들어 있던 중소벤처기업부에 종종 눈길이 갔다.
중기부는 2017년 중소기업청(廳)에서 부(部)로 승격한 후 2021년 행정안전부의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관보 고시에 따라 기존 대전청사에서 세종으로 옮기게 됐지만, 청사 공간 부족을 이유로 같은 해 7월 민간건물에 입주했다. 월 임차료 2억 원, 관리비 7000만 원 수준이다. 해당 건물 3개 층(9472㎡)을 빌려 쓰는 값이다. 이전 비용으로만 81억 원이 들었고 약 3년이 지난 현재(8월 기준)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로 81억 원 쓰였다. 관리비까지 고려하면 3년간 19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이 중기부 사무실 임차 비용으로 쓰인 셈이다. 월세는 올해 2억2000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중기부 외에도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부분적으로 청사 인근 민간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이유는 모두 '청사 공간 부족'이다. 정부는 이제 민간 임차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중기부 등이 셋방살이를 청산할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이전 당시 세종청사 내 대규모 신청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와 중기부는 신청사 계획 당시 외부 임차 중이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입주 대상이었고 중기부의 경우 이전 확정 전이었기에 애초 논외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청사에 입주한 부처는 기획재정부와 행안부다. 당초 기재부가 들어간다는 명분으로 신청사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냐는 물음에 두 부처는 묵묵부답이다.
기재부가 있던 청사 4동에 과기부가 들어가며 일부 교통정리는 됐지만, 있는 공간이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면 여러 부처 사무실 월세로 빠져나갈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청사 내 추가 공간 마련을 위한 신청사 건립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며, 중기부는 소관부처인 행안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그렇다고 중앙부처가 계속 민간건물에 억대 월세와 수천만 원대 관리비를 세금으로 감당하며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안부 청사기획 담당자가 본지에 전한 바에 따르면 새 청사를 지을 부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세금이 단순 월세로 증발하기 전에 고질적인 청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부는 연간 600조 원대 예산을 주무른다고 부처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이미 나간, 그리고 앞으로 나갈 수백억 원의 혈세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