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대통령실과의 갈등 국면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하면서 향후 당정 관계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2일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을 제안한 것처럼 용산 대통령실과 의견이 반대되더라도 소신 발언을 이어갈 것이란 의미다. 한 대표는 앞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채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의 문제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실과 다른 의견을 냈다.
이 같은 행보 배경에는 ‘대권 플랜’이 가동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대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7월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대구·경북 지지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이냐. 3년 후에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를 갖는 것 아니냐”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만약 저라면 (당 대표 사퇴하고) 제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한 대표의 최근 행보는 민심에 기대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한 2012년 ‘박근혜 모델’과 유사하다. 한 대표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 후 당원들에게 “당원 동지와 국민들의 바람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실천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엔 의정갈등과 관련해 “민심이 다른 내용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 때) 63%가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이후 유일하게 ‘민심’과 ‘당심’이 일치했던 대표다. 한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63%의 지지를 받았다. ‘이준석-나경원’, ‘김기현-안철수’의 경우 당심과 민심이 엇갈렸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만 가봤어도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있었을 정도”라며 높은 지지율 상황을 빗댔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절반 남은 시점에서 ‘차별화’ 전략이 이르다는 해석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녹록지 않다는 게 변수라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고정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의료대란 문제를 지적하며 “겨우 버티는 70대 이상 지지율도 추석 직후 급감할 지지율”이라는 말이 나왔다.
친한계 인사에 따르면 이른바 “때를 기다린다”는 게 한 대표의 의중이다. 정권의 대항마인 더불어민주당도 20% 후반에서 30% 초반의 지지율로 ‘완벽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점이 한몫한다.
다만 한 대표의 당내 입지가 작다는 점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과의 차이다. 18대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공천 학살을 당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탈당해 ‘친박연대’를 창당했다. 박 당시 위원장은 당내에 남아 “살아서 돌아오라”는 강한 메시지를 냈다. 무소속 포함 무려 26명의 친박계 의원들이 당선됐다. 당시 박 전 비대위원장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도 부동의 1위를 기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