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구속 상태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사선 변호인이 없으면 반드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올해 5월 23일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같이 판례를 변경했는데, 이 사건은 전합 판결 취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피고인 A 씨는 2022년 3월 16일 한 소개팅 앱을 통해 피해자 B 씨를 알게 됐다. A 씨는 실제 소방관으로 근무한 적이 없는데도 소방관 제복을 입고 B 씨를 만나거나 위조된 공무원증 사진을 B 씨에게 전송하는 등 마치 성남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와 교제했다.
A 씨는 B 씨에게 기름값 13만4000원을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어머니가 아프니 현금 15만 원을 빌려달라는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019년 5월 13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별건인 공문서 위조죄 등으로 징역 5년 등을 선고받아 같은 해 8월 1일 그 판결이 확정됐고, 이 사건 1심 공판 진행 당시 해당 형에 대한 집행 중에 있었다.
그런데 1심은 A 씨가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해 증거조사 등 심리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필요적 변호 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의 제1심 공판 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뤄져 피고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 심리가 이뤄졌다면 그와 같은 위법한 공판 절차로 이뤄진 피고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이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런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변호인이 있는 상태로 소송행위를 새로 한 후 위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기해 다시 판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