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과 관련해 "증세보다는 중복 사업과 성과가 낮은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재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이 공동 개최한 '2024년 주요 20개국(G20)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증세에 비해 재정지출 축소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기술혁신, 기후변화 대응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세계경제가 지정학적 분열과 성장잠재력 하락, 기후변화와 기술전환, 글로벌 정책전환 등 복합적 도전요인에 직면했다고 보고 세계경제 성장 회복과 위기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성장 잠재력 △글로벌 질서와 규범 △국가 간 정책공조를 꼽았다.
김 차관은 증세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에 기반을 둔 재정 재설계와 구조개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 성장잠재력 복원의 열쇠라고 봤다.
또한 글로벌 도전요인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질서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 인공지능(AI) 안전 활용 등을 위한 공동 규범 마련을 제안했다. 국가별로 분절화된 관련 정책이 타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글로벌 정책조정 시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취약국이 직면한 리스크 해결 지원을 위한 국가 간 정책 공조 복원도 촉구했다.
김 차관은 "전 세계 주요국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로서 G20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는 G20을 통해 다자간 협력과 공조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세계경제가 국제 금융과 무역 분절,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세계경제와 금융의 주요 리스크 요인과 정책당국 역할을 조망하고 세계경제의 균형적 회복과 국제금융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마수드 아메드 글로벌 개발센터 원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3일(글로벌 충격에 대응한 경제정책·글로벌 공급망 교란 상황의 무역·투자 협력)과 4일(통화정책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안정·디지털 금융, AI와 금융안정·새로운 세계의 브레튼우즈) 5가지 세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경제·금융 여건과 도전 요인, 향후 협력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2013년부터 시작돼 올해 1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국내외 석학과 G20 정책담당자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도전과제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 80주년을 맞아 한은과 브레튼우즈 개혁위원회(RBWC)가 행사에 공동 참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컨퍼런스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공동의장국을 맡은 G20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IFA WG)에서 글로벌 금융안정성 제고 및 회복력 있는 국제금융체제 개혁에 관한 G20 정책공조 방안 마련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