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3년간 190억여원 투입…전체 누적 지출 300억원↑
행안 "예산확보 어렵지만 요청하면 검토"…중기 "연내 협의"
정부세종청사 내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인근 민간건물에 세 들어 있는 중앙부처 등이 연간 71억여 원을 임차비로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민간 임차에 따른 정부의 누적 지출만 300억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임차 기관 감축 또는 기회비용 추계 계획 등은 없어 이른 시일 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세종청사 인근 중앙행정기관의 민간건물 임차 현황을 바탕으로 본지가 각 기관의 관련 임차 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 6개 기관이 월세(관리비 포함)로 연 70억8400만여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에 따르면 세종청사 인근에서 민간건물을 임차하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은 중기부, 복지부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6곳이다. 중소기업청(廳)에서 부(部)로 승격되면서 2021년 대전광역시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 옮겼지만 청사 공간이 없어 부처 전체가 셋방살이 중인 중기부를 제외한 5개 기관은 일부 실·국 사무공간 마련 등을 위해 부분적으로 민간과 임차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연간 임차 비용도 중기부가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다. 임차료와 관리비를 합한 기관별 연간 임차 비용은 △중기부 34억8000만 원 △복지부 15억5676만 원 △국조실 8억1144만 원 △환경부 6억3984만 원 △국토부 3억7368만 원 △해수부 2억2200만 원 등이다.
중기부는 어진동의 한 건물(면적 9472㎡)을 빌린 비용으로 월 2억9000만 원(임차료 2억2000만 원·관리비 7000만 원)을 쓰고 있다.
복지부는 인구정책실·사이버안전센터(5028㎡) 사무실 비용으로 월1억2973만 원(1억2160만 원·813만 원)을, 국무조정실은 △미세먼지기획단(365㎡)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520㎡) △2050탄소중립위원회(1280㎡) 사무처가 각각 다른 건물에 세 든 가운데 해당 3개 부서 임차료로 월 6762만 원(5001만 원·1761만 원)을 내고 있다.
환경부는 자원순환국(741㎡)과 환경조사담당관실 등(678㎡)이 각각 다른 건물에서 월 5332만 원(3861만 원·1471만 원), 국토부는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319㎡)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168㎡) △전세사기피해지원단(622㎡)이 한 건물에서 월 3114만 원(2228만 원·관리비 886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최저 지출 기관인 해수부는 국토부 3개 부서와 같은 건물에서 첨단해양교통관리팀(663㎡)이 월 1850만 원(1400만 원·450만 원)을 임차 비용으로 쓰고 있다.
각 기관이 공통적으로 밝힌 임차 배경은 청사 공간 부족이다. 부서 조직 확대 개편, 임시 조직 출범 등으로 추가 사무실이 필요한데 가용 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외부 건물을 이용하고 있으며, 행안부의 청사 증축·입주기관 재배정 시 입주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청사관리 등을 총괄하는 행안부는 현시점에서 각 임차 기관의 청사 입주 및 신청사 건립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청사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그만큼 수요가 나와야 하는데 중기부 등 규모를 고려할 때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신청사 건립 여부를 떠나 새로 짓는 게 나은지, 외부에 있는 게 나은지에 대한 최소한의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잘 알겠다"고 말했다.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행안부는 중기부 등으로부터 "청사에 입주할 공간이 있느냐"는 수준의 문의만 받았고, 공식 요청이 없어 관련 검토를 굳이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사 입주 권한은 행안부가 가졌지만 부처에서 요청이 있을 때 검토하는 게 행정 원리"라며 "문의가 아니라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을 해야 검토를 한다. 중기부가 청사를 지어달라, 청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한 바가 없다"고 했다.
반면 중기부 등은 행안부에 공간 마련을 요청할 입장이 아닌 만큼 입주 문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앞서 중기부는 오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자료에서 "청사 입주 여부는 전적으로 행안부가 결정하는 사안으로 중기부는 행안부의 청사입주 여부 결정에 따를 뿐"이라며 "중기부는 그동안 행안부에 청사 입주를 지속 문의했고 행안부로부터 '정부청사 공실은 없으며 중기부의 정부청사 내 이전 계획도 없다'고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건데 난감하다"며 "공무원이 일을 할 때 공문부터 보내 '우리 입주할래요'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사전에 실무선에서 조율하고 최종 결정을 해서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에서 연말연초 수요 조사를 한다"며 "원래부터 세종 이전할 때 청사 입주를 감안한 거고, 공간이 없어 못 들어간 것이기에 올해 안에 행안부랑 실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맞물려 누적 임차 지출 규모는 300억 원 규모로 불어난 상태다. 특히 2021년 7월부터 셋방살이를 시작한 중기부는 올해 8월까지 38개월간 108억여 원 썼다. 계약 초기 월 임차료 2억 원을 반영한 액수다. 이전비 81억 원(공사 36억 원·자산취득 29억 원·관리운영 16억 원)을 합산하면 190억 원에 육박한다.
복지부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가동 중인 인구정책실(1억1018만 원), 2022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안전센터(1955만 원) 비용으로 60억 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임차 관련 지출은 각각 28억5000만 원·19억4000만 원 규모다. 월 임차 비용은 가장 적지만 임차 기간이 가장 긴(2019년 9월) 해수부는 약 11억 원, 국토부는 7억7000만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는 각 기관의 청사 외부 임차비 규모와 별개로 효용을 고려한 비용 추계 등 논의 과정이 없다면 세금이 누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임차 비용 자체보다 재정 흐름, 기회비용을 고려한 비용 절감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 내용을 토대로 해석했을 때 현재 임차료가 과소할 수도, 과대할 수도 있다"면서 "합리적 로드맵을 통해 외부 건물을 활용한다면 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중장기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