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민생 입법에 힘쓰자며 ‘공통공약 추진협의회’ 발족을 띄웠지만, 지역화폐법 처리 등 여야가 정쟁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제3자 추천안’ 채상병 특검법과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으로 여당을 압박하면 어렵게 되살린 대화와 협치 기조가 급격히 얼어붙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추석 전에 이른바 ‘이재명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단 방침을 세웠다.
개정안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재량’에서 ‘의무’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역화폐를 지역경제를 살릴 마중물로 여기고 전 국민 25만~3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여당의 반발에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법을 단독 처리했다.
지역화폐법를 기폭제로 여야 ‘협치 무드’는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당초 전날(6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양당 정책위의장 회동을 무기한 연기하면서다. 이달 1일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 발족을 합의한지 불과 닷새 만의 일이다.
여당은 또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이든 지역화폐법이든 그 본질은 결국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이라며 “부모 세대가 지금 당장 푼돈을 쓰기 위해 수십조 원 이상의 빚을 낸 후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갚으라고 하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의 회담 공동 발표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폭주가 재발하는 상황”이라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양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공통 공약 협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민생 법안 처리는 여야 대표 간 합의와는 별개로 ‘원내 사안’인 만큼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단 관측이 나온다. 야당이 대표 회담에서 합의가 불발된 ‘제3자 추천안’ 채상병 특검법을 연일 밀어붙이고,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을 추가로 발의하면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담은 ‘제3자 추천안’의 경우 야당이 20일간의 숙려기간 없이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로 회부해 신속 처리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제3자 추천안'을 한 대표가 먼저 제안한 만큼, 빠른 법안 처리로 여권 내 분열을 낳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단 분석도 나온다.
또 김 여사가 22대 총선에서 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야당은 이달 12일 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김건희 특검법을 12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날짜는 확정하기 어렵지만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선거개입 의혹까지 수사 대상으로 포함한 새로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며 “본회의 통과를 위해 흔들림 없이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