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반기든 머스크 칭찬 팻말도 등장
브라질 대법원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엑스·옛 트위터) 차단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우파 성향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브라질 독립기념일인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중심 거리로 나와 대법원 결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라질 제2 도시 상파울루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브라질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고 대법원의 X 접속에 차단하는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브라질 대법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정치적 박해에 앞장서고 있다며, 엑스 금지 결정을 주도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날을 세워왔던 머스크 CEO에 대해서는 슈퍼 히어로라고 치켜세웠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우리는 이제 머스크를 브라질 사람으로 여긴다”면서 “그는 사기꾼을 상대할 만큼 용감한 슈퍼 히어로”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저는 상원이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제동을 걸기 바란다”면서 사실상 대법관의 탄핵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지난해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선거 불복 폭동과 관련,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개시 요청을 받아들이는 등의 결정으로 우파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또한, 다이아몬드 가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수입하려 한 혐의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 계정을 차단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30일 브라질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아나텔(Anatel)에 브라질 전역에서 X 접속을 차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지난달 31일 새벽부터 브라질에서 X 접속이 차단됐다.
X는 브라질 대기업이 정치인들에게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차단 이전 전체 인구의 10% 정도만 사용할 정도로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시위 참여자 중 일부는 머스크나 X에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 집회 참여자는 “읽고 쓸 줄 몰라서 X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0월 6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시작된 X와의 갈등이 오히려 극우 세력 결집만 부추긴 꼴만 되면서 역풍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은 “X 차단을 구실로 열린 이날 대규모 집회는 보우소나루와 야당이 10월 총선에서 높은 지지율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