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경영인’ 정기보험…불완전판매·환급률 경쟁 우려

입력 2024-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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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혜택 없는 일반인에게 판매
금감원, 전체 생보사 대상 실태조사
"불완전판매 여부 등 들여다 볼 것"
특정 시점에 높아진 환급률도 문제

▲계약서 서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일명 대표이사(CEO) 보험이라고 불리는 경영인 정기보험이 일반인에게까지 팔리면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법인의 세금을 줄일 수 있고 경영진의 유고를 보장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지만, 개인사업자나 일반인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어서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단기납 종신보험에 이어 높은 환급률 전쟁이 번지면서 판매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8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전체 생명보험사의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 상품은 경영진의 유고를 보장하는데, 보험료를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를 낮출 수 있고 보험금을 법인의 긴급자금이나, 유족 상속세 재원, 임원 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세를 내지 않는 개인사업자와 심지어 ‘사장님’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이를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사람한테 세제 혜택이 있는 것처럼 팔았을 수도 있고 (일반인에게는) 가입 유인이 별로 없다”면서 “불완전판매 등 여부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높아진 환급률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다. 정기보험 상품을 통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만기일 때는 순수 보장성이어야 하기 때문에 환급률이 0%가 된다. 그러나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에서 일어난 환급률 경쟁이 경영인정기보험으로 옮겨오면서 특정 시점에 해지하면 높은 환급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절세와 사망 보장을 목적으로 팔리다 보니 낮으면 20% 높아도 80% 수준이었던 환급률이 최근에는 5년 차 95%대, 10년 차 100%대까지 치솟았다. 설계사가 수수료를 활용한 특별이익을 제공할 경우 환급금도 더 높아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팔리고 있는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뒤 특정 시점에 해지해서 95%를 환급받으면 이는 기타 예금성 자산으로 취급된다”며 “이 돈을 임원 퇴직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니, ‘꼼수 증여’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고(高)환급률 경쟁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는 해약환급금 수령 시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 조사 이후 상품 설계와 판매에 더 촘촘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4월 보험업계에서 높은 환급률이나 절세효과 등을 강조하며 경영인정기보험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소비자주의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은 불완전판매가 우려된다며 경영인정기보험을 저축 목적이나 법인세 절감 등 절세목적, 법인 컨설팅의 대가로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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