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상승세와 함께 빠르게 줄던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이 다시 쌓이고 있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오른 데다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고민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은 8만589건으로 한 달 여 전인 8월 초(1일 기준)와 비교해 2.1% 증가했다.
매월 1일 기준으로 연초 7만400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2~3월 7만9000건 안팎으로 증가했고 4월 8만1714건으로 8만 건대에 올라섰다. 5~6월에는 8만5000건 수준까지 늘었다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7월 8만여 건, 8월 7만9000건 정도로 내려왔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월 넷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24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 오름폭은 3.52%를 기록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우상향 흐름이 나타났다. 성동구가 8.1%로 가장 크게 올랐고 서초구(6.45%), 송파구(6.15%), 마포구(5.36%), 용산구(4.98%), 강남구(4.58%)가 각각 4~6% 이상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광진구(4.38%), 영등포구(3.92%), 동작구(3.68%), 서대문구(3.63%)도 평균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였다.
가격이 뛰자 집을 사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30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월 4000건, 5월 5000건을 돌파했다. 6월은 7500건을 넘었고 7월은 8798건으로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증가한 것은 매매가격 수준이 높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대출 압박 등으로 매도가 급한 물건이 대부분 소화됐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매도자들이 호가를 상당히 높인 상황"이라며 "집값이 비싼데 대출 규제가 강해져 매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매물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비싸게 팔려는 매도자와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매수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다는 쪽에 쏠리고 있어 힘겨루기는 매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윤 연구위원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이 연말까지 줄어들 수 있지만 상승 요인인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금융권이 대출을 계속 옥죌 수 없기 때문에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매수 여부를 고민하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나오는 물건을 발 빠르게 잡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