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법개혁에 발 빼는 외국 기업들…350억 달러 투자 보류

입력 2024-09-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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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된 프로젝트 규모, 연간 FDI와 맞먹어
판사 직선제 담긴 사법개혁, 하원 통과
정부 견제 줄고 기업 소송 늘어날 우려 심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8일(현지시간)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멕시코 정부와 여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은 사법제도 개편이 자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면서 멕시코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 대표들과 고문들에 따르면 IT부터 자동차 생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약 350억 달러(약 47조 원) 상당의 투자 프로젝트가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멕시코로 유입되는 연간 외국인직접투자(FDI) 평균치와 거의 같다.

이 배경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마지막 달이자 새 의회가 열린 이달 추진 중인 사법개혁이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년 임기 내내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며 외국 기업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너지와 같은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국가 통제력을 강화했다. 이후 6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의 후계자로 불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가 승리하면서 좌파 정권이 유지됨에 따라 여당과 정부가 함께 사법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법개혁은 대법원을 포함한 1700명의 연방 판사와 치안 판사를 직선제를 통해 임명하고 판사가 되기 위한 엄격한 자격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 맞춤형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생기자 미국 등 주변국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이미 직선제 도입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 선출된 판사들과 기업이 충돌해 국제 중재 사례가 증가하거나 기업 대출이 어려워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는 AT&T와 페덱스, 3M, 펩시코, 비자, 제너럴모터스(GM)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사법개혁을 둘러싼 논란까지 커지면서 멕시코 경제에 대한 신뢰성은 약화하고 있다.

또 2026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이행사항 검토를 위한 중요한 3국 회담이 열리는 데 사법개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으면 이 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쳐 협정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멕시코 수출액은 약 122억 달러로 2022년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82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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