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ㆍ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7.3%로 전월(46.7%) 대비 0.6%포인트(p) 올랐다. 낙찰가율은 전월(93.7%)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95.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7월(96.6%) 이후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서울 곳곳에서 고가 낙찰이 속출하면서 감정가(100%)를 넘겨 낙찰된 아파트가 서울 전체 낙찰 건수(140건)의 30%(43건)를 차지했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경매 시장을 주도했다. 낙찰률 평균은 55.2%로 서울 전체(47.3%)에 비해 8%가량 높다.
낙찰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송파구(72.7%)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송파구 아파트 10채 중 7채가 새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낙찰가율은 △강남 101.9% △서초 110.6% △송파 101.5% △용산 108.9%로 네 자치구의 평균이 105.7%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18㎡(이하 전용면적)에 대한 1차 입찰에 21명이 몰렸다. 매각가는 71억1110만 원으로 감정가(52억 원) 대비 136.7% 높았다. 이 단지는 2022년 이주를 마치고 올 3월 재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서초구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조합설립 이후 매수를 통해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없지만 경매를 통해선 양도가 허용된다. 조합원 지위를 노린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달 최고 35층, 총 647가구로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용산구 산호아파트 41㎡는 11억5237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37.5%로 감정가(8억3800만 원) 대비 3억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래미안첼리투스 124㎡는 감정가 34억 원, 낙찰가 38억5000만 원으로 낙찰가율 113.2%이다. 응찰자는 8명이었다.
7월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54㎡는 1차 매각 당일 21억2123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8억6000만 원으로 낙찰가율은 114%다. 진흥아파트 137㎡도 한 차례의 유찰 없이 34억5600여만 원(낙찰가율 108%)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32억 원)보다 2억 원 이상 높은 금액이지만 응찰자 8명이 경쟁을 펼쳤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인기 배경으로는 매도 호가 상승이 있다. 경매 시 입찰 기준이 되는 감정가는 일반적으로 매각일 6개월~24개월 전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집값 상승기에는 감정평가 시점보다 매각일의 시장 호가가 높기에 상대적으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저가인 것으로 판단한다. 감정가보다 값을 올리더라도 호가보다는 낮다 보니 일부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1%로 24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임차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상승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매시장 열기가 하반기 내내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와 함께 고강도의 대출 규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현금 부자 비율이 높은 강남3구보다는 노원ㆍ도봉ㆍ강북 등 지역에서의 낙찰가율이 다소 꺾일 것”이라며 “80% 아래로 급락하기보다는 90% 초반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통상 7~8월은 경매시장 비수기로 판단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대출 조이기 전 매수 ‘막차’를 탑승하려던 수요자의 대거 유입으로 인한 매수세 활성화가 경매 시장까지 이어졌다”며 “지난 두세 달 동안 경매가 고점 대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겨졌겠지만 현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 흐름도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