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특검 거부 ‘위헌’” vs “후보에 부적절한 답변 강요”
김복형(56·사법연수원 24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열렸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올해 임기가 마무리돼 교체된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 중 첫 번째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후보자의 가족이 (누군가가) 감사의 마음으로 준 300만 원짜리 디올 백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김 여사는 디올 백의 국가 귀속을 요구했는데 그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복된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문제 삼았다. 전 의원은 “대통령이 본인과 본인 배우자와 관련된 특검법을 거부한 것은 헌법 위반 내지는 법률 위반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김 후보자 답변을 요구했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상 권한이지만, 본인이나 가족 사안일 경우 회피해야 한다는 게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규정”이라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채 해병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현안 질의가 집중되면서, 김 후보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계속 그렇게 답하면 오늘 청문회를 하는 의미가 없다”면서 “의원들은 국민이 궁금한 내용을 대신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 역시 김 후보자의 소극적인 답변 태도를 꼬집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그랬듯 야당은 계속 부적절한 사례들에 대한 가치 판단적 답변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툭하면 특검한다, 탄핵한다며 발목잡기만 하고 심지어 계엄설까지 제기한다. 제정신이냐”며 이에 관한 김 후보자 생각을 물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는 지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민감한 주제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을 때 (어린아이가) 당황해하는 그런 난감한 상황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 또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고장 난 레코드처럼 친일파니 뭐니 그런 질문을 하니 후보자가 답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달 퇴임하는 이은애 재판관 후임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 후보자는 196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34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1995년 서울지방법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김 후보자는 두 차례에 걸쳐 연말정산에서 중복 공제를 받은 데 대해 “직접 연말정산을 했는데, 남편은 법무법인에서 담당자가 신고하면서 소통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정확한 공제 금액을 확인하고 환급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과 경청하는 자세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