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100여 분 간 치열한 공방
“해리스 승리했다” 63%…“검사 출신 면모”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뉴스 주관하에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이번 토론에서 밀리면 만회할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은 당초 예정된 90분을 넘겨 100여 분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토론은 두 사람의 등장과 함께 악수로 시작됐지만 이후에는 불꽃 튀는 설전이 시작됐다. 사회자의 소개로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에 응했다.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양당 후보가 악수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당시에도 악수 없이 토론을 시작했다.
특히 대선 후보 TV토론에 처음 참석한 신인인 해리스 부통령이 베테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토론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적합성, 낙태권 제한 지지, 무수한 법적 문제 등에 대한 공격을 쏟아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초반 인신공격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자제했지만 해리스의 도발에 동요하면서 거짓으로 가득 찬 일련의 반박에 나서야 했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이민, 경제 등 자신에게 유리한 분야로 논의의 초점이 바뀌었음에도 성공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하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최고 고문으로 일했던 마크 쇼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국경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비난할 기회를 놓쳤다”며 “대신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물고 궁지에 몰렸다”고 강조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접전은 아니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겼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 내내 트럼프를 증인석에 세우는 등 검사 출신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이 TV토론을 시청한 605명의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7%에 그쳤다.
토론이 끝난 뒤 두 사람의 반응도 우세를 점칠 수 있는 힌트가 됐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두 번째 토론에 임할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동의한다면 두 번째 토론이 10월 1일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히 3대 1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ABC 앵커 두 명이 해리스 부통령의 편에 섰다는 푸념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철저한 토론 준비가 이러한 결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3번째 대선 도전에 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 모의 토론만 닷새에 걸쳐 벌였을 정도로 특훈했다. 토론회 전날에는 현장 사전 답사를 다녀오는가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대역에게 박스형 양복과 긴 넥타이를 착용하게 할 정도로 치밀한 실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