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명절 연휴는 극장가의 ‘대목’으로 통한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길게 이어지는 휴일 흥행을 노리고 출격하는 경우가 잦다. 투자·배급사 역시 명절 연휴를 맞아 그해 가장 중요한 작품 하나를 선보인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전에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턴’, ‘거미집’ 등 3편이 같은 날 개봉했고, 올 설에도 배우 조진웅, 김희애 주연의 ‘데드맨’, 라미란 주연의 ‘시민덕희’, 김민덕 감독의 ‘도그데이즈’ 등이 개봉했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르다. 명절에는 대개 3편 정도의 한국 영화가 개봉해 격돌했지만, 이번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만 출격할 예정이다.
13일 개봉하는 ‘베테랑 2’는 영화계 관행처럼 굳어진 수요일 개봉 공식을 깨고 금요일 개봉을 택했다. 14일부터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흥행을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베테랑’(2015)의 속편이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외에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 가수 남진의 콘서트 영화 ‘오빠, 남진’, 가족 드라마 ‘장손’,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여성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 애니메이션 ‘브래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 등이 극장에 걸리지만, 모두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엔 어려운 작품이다.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다채로운 매력으로 중무장했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티빙, 쿠팡플레이 등은 연휴를 겨냥해 일제히 신작을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간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4 파트2를 12일 공개했다. 13일에는 김우빈, 김성균 주연의 영화 ‘무도실무관’을 공개한다. 17일 공개되는 요리 서바이벌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최고의 외식 경영인’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의 심사 아래 재야 고수 ‘흑수저’ 셰프, 유명 셰프 ‘백수저’ 셰프 100인이 요리 계급 전쟁을 벌인다.
디즈니+는 11일 코믹 수사물 시리즈 ‘강매강’을 공개했으며, 티빙은 12일 추격 액션 사극 시리즈 ‘우씨왕후’ 파트2를 선보였다.
쿠팡플레이는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을 12일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등 화려한 캐스팅과 명품 연기로 호평을 받은 ‘리볼버’도 독점 공개했다. 여기에 능청스러운 풍자와 거침없는 패러디로 화제를 빚고 있는 ‘SNL 코리아’ 시즌6도 감상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즐길 문화행사도 풍성하다. 제주 포도뮤지엄은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을 13일부터 19일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경기 가평군은 14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자라섬 남도 일원에서 ‘자라섬 꽃 페스타’를 여는데, 풍선아트, 편백 가옥 전시 등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14∼15일 ‘온 가족을 위한 골목시장’, 17일 국악단 ‘비단’의 국악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추석 당일인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 전통 음악과 춤 무대로 이뤄진 ‘휘영청 둥근달’을 무대에 올리고, 연극 ‘가족입니다’는 연휴 내내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홀 2관에서 상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