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통해 ‘효율성’, ‘경쟁력’ 확보 위한 포석
GM과 각자 보유한 기술·네트워크 공유 기대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기업과 차량 개발, 친환경 에너지 등 전 영역에 걸쳐 협력하는 것은 명실상부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거듭난 뒤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도 엔진 등 특정 부품·동력원 개발 등에 협력한 적은 있지만, 미래 먹거리를 포함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전 분야 협력을 논의한 적은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그룹 내 수직계열화를 중심으로 완성차 제조 프로세스를 갖추며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번 협약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내연기관 엔진 등 동력원을 중심으로 해외 업체와 협력을 진행했다.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수소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수소차 분야에서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관련 기술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양사의 협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 시장에서 수소차가 필요한 곳이 승용이 아닌 상용 부문이라는 분위기로 변했으며 수소차 시장의 성장도 전기차에 밀려 계획보다 더뎌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함께 파워트레인 공유를 위해 ‘글로벌 엔진 제조 연합(GEMA)’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2002년 처음으로 협력을 맺은 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엔진을 생산했다. 이후 2009년 크라이슬러가 현대차그룹과 미쓰비시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며 3개 기업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종료됐다.
현대차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의 이번 협력은 생산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판매량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체 3, 5위를 차지하는 ‘두 공룡’의 협력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730만4000대를 판매하며 ‘톱3’ 체제를 굳혔고, GM그룹은 618만8000대를 판매해 5위를 차지했다.
양사가 업무협약을 발표한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공통으로 등장한 핵심 가치는 ‘효율성’과 ‘경쟁력’이다. 승용·상용 차량의 개발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 등에서도 협력을 이어가며 미래를 위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수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상용 수요가 많은 미국에서 수소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GM이 미국에 보유한 생산·판매·부품 공급 등에 걸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GM의 경우 현대차와 협력을 통한 생산·개발 효율화를 통해 판매량 4위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639만9000대), 6위 스텔란티스(617만5000대)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갈 원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은 지난해 8월 GM이 인도에 보유한 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인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올해 4월에는 GM이 선정하는 ‘2023 올해의 우수 협력사’에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현대자동차는 GM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현대차그룹과 GM이 포괄적인 협력에 대한 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협력 사항 등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