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체 취업도 가능…감사업무 경험이 없어 '필드'는 부담
금감원 "다른 업계 회계사 부족 사태 겪어…자격증 이외 노력 기울여야"
올해 신입 회계사들이 ‘구직난’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국내 빅4 회계법인이 합격자들을 모두 쓸어갔지만, 최근 회계업계 상황이 악화하면서 신규 채용인원을 크게 줄인 탓이다. ‘노쇼(no-show)’를 걱정하던 회계법인의 구애 소식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약 200~300명의 합격자는 당장 실무 교육 기간을 거치기 어렵게 됐다.
12일 회계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은 이날 신입 회계사들을 위한 예비소집에 나섰다. 예비소집일은 개별 회계법인의 입사 전형을 통과한 이들의 입사를 확정 짓는 날이다. 관례에 따라 4개의 회사가 매년 같은 날로 맞춰 예비소집일을 개최하는데, 만약 합격자가 여러 회계법인에서 중복 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이날 회사를 골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지난 2019년 11월 ‘신외감법’ 적용 직전 시행된 9월 예비소집 때는 복지 등 타사와의 차이점을 홍보하거나 일부 법인에선 ‘사이닝 보너스’까지 지급할 정도로 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이후 업계에선 중복합격자로 인한 당일 '노쇼(no show)' 사태가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약 5년 만인 올해는 완전히 상황이 변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회계업계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법인들이 기존에 있는 회계사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와중에 예비소집일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올해 빅4 회계법인들은 신입 회계사 채용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빅4 회계법인 중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각각 300명 내외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진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은 각각 110~120명 내외를 채용했다. 모두 합치면 약 800명 내외다.
빅4 이외 로컬회계법인을 다 합쳐도 올해 합격자 수인 1250명에 200~300여 명 모자란 1000명 안팎의 합격자들만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합격자 중 200~300명은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도 구직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물론, 최종 합격자들이 꼭 회계법인에만 취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 등 일반 기업체에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실무 교육 기간이 회계법인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통 회계법인에 취업하면 당해 기말 감사 실무에 투입되고, 이듬해 감사 실무까지 마친 후 다음해 6월경 마지막 테스트를 거친 후 비로소 정식 회계사로 거듭난다. 약 1년 반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에 입사하게 되면 감사 업무를 한 번도 경험할 수 없기에 이른바 ‘필드’에 뛰어들기에 부담이 있다. 수습 기간도 회계법인 소속과는 달리 약 3년을 채워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런 상태에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빅4 회계법인들이 회계사를 모두 흡수해 다른 업계에서 회계사 부족 사태에 허덕였다”면서 “(공인회계사) 합격생들이 외국어 등 자격증 이외의 노력을 기울여 취업처를 찾는 큰 흐름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 금감원 차원에서도 현황 파악 등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