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 법안이자 민주당의 당론 1호 법안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김 지사는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어렵고 힘든 계층에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 경기 진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이 아니라 상위 20%나 30%를 제외한 중산층과 서민에게 지급하게 되면 이분들이 훨씬 소비성향이 높은 분들이니까 소비 진작이 더 많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때 얘기를 하시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코로나19 때는 전 국민이 다 고통을 받았고, 지금은 경제가 어렵지만 고소득층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서도 "재정은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면 13조 원이 드는데, 13조 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며 "13조 원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견제 메시지를 보냈다. 이재명 대표의 정책 멘토로 꼽히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10일 "틀린 건 아니지만 보는 시각이 너무 작은 걸 보고 계신 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한주 원장은 "25만 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해주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요 관리 정책, 경기 대응 정책"이라며 "지역 화폐 정책을 설계했었고 효과를 측정했었던 사람으로서 이건 효과가 더블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도 김 지사의 발언을 겨냥해 "이런 식으로 자기 당 정책에 대해 바람을 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여야를 떠나 기획재정부 출신 정치인들의 생각은 아주 비슷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모피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행안위원인 채현일 민주당 의원 또한 김 지사를 향해 "보편적 복지는 그동안 민주당이 견지해온 가치다"라며 "침체된 골목상권,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민주당 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철회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지사 행보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경제관료 출신인 만큼 주요 경제 이슈마다 목소리를 내며 전문가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대권 후보 도전 여부 등에 대해선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일극 체제를 굳히는 이 대표의 대안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는 비명계 '신3김(김 지사·김부겸 전 총리·김경수 전 지사)' 중 현역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가 앞서나가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다만 김 지사는 대권 후보 도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