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추긴 이자장사 덕? 은행들 '대출'로 실적 잔치 벌이나

입력 2024-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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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금융, 3분기 순익 4조7250억 원 전망
정부 규제에도 가계대출 급증…금리 '반사이익'도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주요 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리면서 예대마진을 키운 영향이 컸다. ‘이자장사’를 부추긴 정부 덕에 은행들만 반사이익을 거둔 셈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72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222억 원보다 3028억 원(6.84%) 늘어난 규모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 501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3420억 원) 대비 9.3% 늘어나며 ‘리딩 금융’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3.1%(1562억 원) 증가한 1조3483억 원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8억 원 늘어난 1조248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8993억 원에서 올해 8506억 원으로 487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하반기에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무엇보다 하반기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변수가 됐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관리 압박에 나섰고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실제 7~8월 중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이에 6월 말 주담대 금리 하단은 2%대까지 내려갔으나 현재 4%대를 기록 중이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동안 예금금리는 시장 금리 하락세에 영향을 받으며 꾸준히 내려갔다.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연 3.35~3.40%로 기준금리 3.50% 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대출 수요를 자극하면서 대출 총량도 폭증했다. 금융당국이 당초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두 달 연기하면서, 이 기간(7~8월) 주담대가 13조8000억 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이자이익을 챙기게 된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입장도 난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오히려 실적에는 도움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다만 하반기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이자이익 증가율도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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