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연준 ‘빅컷’에 부각된 ‘R의 공포’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했다는 뉴스 속보가 띄워져 있다. 뉴욕(미국)/EPA연합뉴스

뉴욕증시는 18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0.5%포인트(p)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준금리 인하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것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3.08포인트(0.25%) 내린 4만1503.1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6.32포인트(0.29%) 떨어진 5618.2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4.76포인트(0.31%) 하락한 1만757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렸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 인하를 단행한 지 약 4년 반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렸던 긴축정책 시대도 끝나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완만해졌다는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한 경제 성장률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하락하고 있다"며 "고용시장 강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실업률 상승 등 노동시장 둔화에 선제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3월까지 1년간 일자리 증가 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면서 노동시장 둔화 조짐을 암시했다. 앞서 공개된 8월 비농업 신규고용 증가 폭 역시 시장 전망을 훨씬 밑돌았다.

아울러 올 연말까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나왔다. 이날 연준은 점도표를 공개하며 "올 연말 금리 중간값을 4.4%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FOMC에서 총 0.5%p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넥스웰스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톱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긴축정책을 강타로 끝냈다"며 "0.5%p를 인하하고 올해 또 다른 0.5%p 인하를 예상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준의 빅컷 결정 직후 뉴욕증시는 반등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 빅컷이 경기침체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가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라며 "현시점에선 침체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연준의 ‘빅컷’ 단행 이후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퍼지면서 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8센트(0.39%) 내린 70.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5센트(0.07%) 하락한 73.65달러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소비를 촉진해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노동 시장이 약화하면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다만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시장에서 이미 금리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었던 만큼 원유시장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미국 담당 수석 석유 분석가는 "지난 며칠간 유가는 이미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했다"며 "이날 반응은 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에너지정보청(EIA)은 13일로 끝난 주에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163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측 50만 배럴 감소보다 적고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유가 하락을 제한했다.

유럽증시는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기에 앞서 하락 마감했다.

범유럽증시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0포인트(0.5%) 하락한 514.59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14.59포인트(0.08%) 내린 1만8711.49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56.18포인트(0.68%) 하락한 8253.68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42.52포인트(0.57%) 하락한 7444.90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날 발표된 영국 8월 물가상승률은 2.2%로 집계됐다. 7월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과도 일치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예측치(2.4%)보다는 낮았다. 잉글랜드은행은 19일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 금값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보였다.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온스당 2592.39달러를 기록했다.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온스당 2600.16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600달러 선을 넘었다.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0.2% 상승한 온스당 2598.60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은 빅컷 소식에 상승했다. 가치가 낮아지는 달러에서 금으로 이동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다만 이날 국채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상승 폭에는 제동이 걸렸다.

독립 금속 트레이더인 타이 웡은 “금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국채 금리도 더 높아졌다”며 “그러나 0.5%p는 금에 좋다. 금은 강세장이고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9일 오전 8시 2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1.37% 오른 6만948.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0.70% 상승한 2349.5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낸스코인은 2.45% 상승한 557.56달러에, 리플은 0.30% 밀린 0.58318545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 가치는 연준이 금리를 0.5%p 인하했다는 소식에 하락했다.

1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53% 하락한 100.37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저다. 유로·달러 환율은 0.55% 상승한 1.1176달러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0.84% 오른 1.3273달러에 마감했다. 달러·엔 환율은 1.07% 하락한 140.825엔으로 집계됐다.

달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를 시사하자 하락했다. 금리가 내릴수록 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늘어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UBS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애널리스트는 “전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인하였다. 분명히 매파적인 인하는 아니었다”며 “0.5%p 인하는 명백히 달러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