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이 서울 집값 오름폭 확대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로 주택 수요자의 매수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행보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고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상승 폭을 크게 키우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가격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던 중저가 아파트의 오름세는 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연준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 만큼 우리도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금리 인하와 주택 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 완화로 이어지면서 주택 거래를 늘리고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반년가량 이어진 서울 집값의 오름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보면 9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23% 오르면서 25주 연속 상승했다. 오름폭은 전주(0.21%)보다 커졌다.
8월 둘째 주 0.32% 오르면서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3주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됐다가 다시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평소와 같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하반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즉시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비례해서 대출금리를 내리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대출금리가 낮아져도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는 방식 등으로 그만큼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대출 여건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리 인하 기대로 거래가 일부 늘어나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강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오름폭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 강세 지속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흐름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은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가격이 비싼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아파트는 전고점을 넘어섰거나 거의 회복한 단계지만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그렇지 않다"며 "아직 가격이 많이 올라오지 않은 곳은 금리 인하로 심리적 부담을 덜어낸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 오름세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