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파기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단체의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에서는 '한반도 전쟁위기와 새로운 평화구상'과 '두개 국가론과 새로운 통일구상'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조금 넘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핀인 남북 군사합의는 지금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빈 공간은 원한과 증오,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등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비통제 노력이 사상 최초로 결실을 맺은 사례로 양측이 합의를 이행했고 조항들을 작동시켰다"며 "합의가 파기되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고 실제로 한반도의 우발적 충돌의 확률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좌초된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5년 중 2년 동안 겪었던 코로나19 사태가 평화프로세스를 멈추게 한 중요 변수"라고 주장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한반도 전쟁위기 극복과 평화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부터 폭넓은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또한 야당의 대응력을 높여 시민사회와 정치권, 정책전문가 그룹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좌초됐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걸림돌을 분석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며 "정서적 판단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 평화 프로세스 발목을 잡았는지 문제 제기하고 걸림돌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은 9·19 군사합의에 대해 "한반도 평화 이룩을 위해 재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전 차관은 "합의 이행과 함께 후속 논의도 계속해야 한다"며 "재래식 무기 통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 등을 포함한 다자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 대표는 공공외교 주체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가 공공외교에 앞장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 대표는 또 "한국 국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법안 발의·상정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기발의된 미국 의회의 한반도 평화법안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한반도 두 국가론'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신냉전 구도' 또는 '다극화 질서'에 편승해 대한민국과 결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원장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장기간 중단된 가운데 한미의 '김정은 정권 종말론'과 북한의 '대한민국 괴멸론'이 충돌할 경우 핵사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1992년 한중수교 모델을 적용한 북미수교·북일국교 정상화·남북기본조약 체결 등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