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선반영…美경기침체 우려 여전"
"연준, 추가 인하 가능성…매수 유효"
채권투자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0.5%p 인하)을 단행하자 채권에 ‘다걸기’ 하던 개미들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채권 가격 고평가 부담이 커진 것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들어 23일까지 개인들은 장외채권 시장에서 2조902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월간 개인 최저 순매수를 기록했던 8월 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8월 한 달간 순매수한 채권은 3조3343억 원이었다. 연 중 최저치다. 역대 최고를 경신한 4월(4조5273억 원)보다 26.35% 감소한 수준이다.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외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향한 자금 유입 흐름도 둔화했다. 국내 투자자는 9월 금리 인하 전망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TLT)를 7월, 8월 각각 4120만 달러, 5362만 달러어치 샀다. 9월 들어 23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2157만 달러로 급락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환율 변동성을 막는 전략으로 인기를 끈 환헤지형 미국채 ETF 중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7월에만 477억 원의 개인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달에는 -130억 원을 기록하며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227억 원→-42억 원),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172억 원→84억 원) 등도 매수세가 소강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 향후 채권 금리 추가 하락(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채권형 상품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채권 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낮아진 금리 수준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선반영돼 있어, 한은이 실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큰 투자 이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심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2일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최근 낮아진 시장금리를 두고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연준의 강한 의지 표명은 경기침체 확률을 일부 반영한 미국 장기 금리에 점진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가 반등할 리스크는 존재하며 너무 낮은 금리에 채권을 매수하지 말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 또한 이미 금리 인하를 선반영했다는 인식이 있으나, 경기침체 노이즈를 고려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현재보다 추가 하방 압력이 진행되며 올해 말까지 채권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