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 간소화로 비용 줄여
“결혼 촉진 효과는 미지수”
혼인 신고 건수, 10년 전 절반 수준
중국 정부가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 대응을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로 초대형 합동결혼식을 치렀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여성단체인 중화전국부녀연합회는 이날 베이징을 포함해 50개 지역의 행사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남녀 1만 명, 즉 5000쌍의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
중국 전통 예복을 입은 신랑ㆍ신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고 다짐했고, 값비싼 연회와 고액 예물 등 기존 관습에서 탈피해 간소한 절차로 식을 치뤘다. 이날 결혼식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래 중국 당국이 주선한 결혼식 중 최대 규모다.
앞서 중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건의 혼인신고라도 더 받겠다며 지난달 10일 칠석(음력 7월 7일)날 연장근무에 나서는가 하면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정부는 신혼부부에게 복권을 증정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적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고자 손발을 걷어붙였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에서 지난해 혼인 신고 건수는 768만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또 올 상반기 결혼 부부는 343만 쌍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50만 쌍 가까이 감소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과부의 해’라는 속설로 결혼이 더욱 기피되고 있다. 과부의 해는 24절기 중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 음력 설보다 빨라서 속칭 ‘봄이 없는 해’로 여겨져 이때 결혼하면 아내가 미래에 과부가 된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에 정부는 1월 이런 설은 미신이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논평을 내며 결혼을 독려하기도 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이러한 낭설 외에도 결혼을 기피하게 하는 경제난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16~24세 실업률은 18.8%로, 중국 당국이 재학생을 통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실업률 통계 방식을 도입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다. 또 도시를 중심으로 생활비가 급증하면서 결혼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예물값도 치솟고 있다.
가까스로 결혼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출산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902만 명으로 집계, 7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양육비 폭등과 맞벌이 가구 증가로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닛케이는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과 관련된 관습과 경기침체를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면서 “정부 주도의 결혼식 개최로 결혼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