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UAE, ‘중동 AI 메카’ 야망…“삼성·TSMC,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논의”

중동에서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반도체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엔비디아 첨단 AI 반도체를 받기 위해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내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 TSMC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 고위급 임원들이 최근 UAE를 방문해 대만에 있는 가장 크고 최첨단인 시설과 동등한 규모의 공장 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WSJ는 “삼성전자도 향후 몇 년 안에 UAE에 대규모 신규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고위급 임원들이 최근 UAE를 찾아 그 가능성을 논했다”면서 “UAE가 양사와 논의한 것은 주로 AI 붐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WSJ 보도에 대해 “투자 관련 현황에 대해서는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사업 자금은 UAE 정부가 지원하고 사업 추진은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맡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렇게 완성되는 반도체 산업단지 규모는 여러 공장 건설을 포함해 총 1000억 달러(약 13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UAE에 실리콘 웨이퍼를 헹구는 데 필요한 정제수가 부족하다는 점과 기존 인력이 없어 기업들이 엔지니어를 현지에 직접 파견해야 한다는 점 등이 장애물로 꼽힌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와 TSMC가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미국, 유럽, 동아시아 각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주도되는 지금의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 성장 시대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올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사우디가 중동 AI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에서 UAE까지 속도를 낸다면 반도체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달 초 미국 매체 세마포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사우디 수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와 미국은 이달 사우디가 주최한 ‘글로벌 AI 서밋(GAIN)’에서 이 사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미국은 올 초 사우디와 중국의 긴밀한 관계를 의식해 엔비디아 고급 그래픽 카드 수출을 줄였는데, 그러자 사우디가 중국과 거리를 두며 미국과의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세마포어는 “사우디는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는데, 이는 사실상 역내 최대 맞수인 UAE와의 경쟁”이라며 “사우디는 가능한 한 빨리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보안 요구를 충족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