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거두" 언론사 기자 총살…法 “유족에 3억8000만원 지급해야”

입력 2024-09-23 14:19수정 2024-09-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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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지난해 7월 희생자 진실규명 결정
法 “희생자와 유족들의 극심한 정신적 고통 명백”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과거사 피해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19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김광동 위원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단독(김혜선 부장판사)은 최근 화순 군경 민간인 희생자 A 씨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3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광주에 거주하며 동광신문사, 호남신문사 부장으로 재직하던 A 씨는 1951년 2월 11일 군인 2명과 문관 2명에 의해 자택에서 연행됐다. A 씨가 이른바 ‘공산당의 거두(巨頭)’라는 이유였다. 이들은 A 씨를 전남 화순군에 있는 큰정굴로 끌고 가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A 씨의 유족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7여 년 후에야 A 씨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문관 2명은 A 씨의 살인을 방조한 죄로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군인 2명은 별다른 처벌 없이 다른 자대로 배치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는 광주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실 규명 신청을 받아 조사한 결과, 지난해 7월 A 씨가 국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인 A 씨를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결국 그와 같은 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A 씨와 그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A 씨 희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 원고들이 소를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채권 시효는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구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로 희생자인 A 씨에게 2억 원, A 씨의 배우자에게 1억 원, A 씨 자녀 4명에게 각 2000만 원을 산정했다. A 씨 사망 당시 관습에 따라 장남이 2억 원을 승계 취득하고, A 씨 배우자의 위자료 1억 원은 아들 2명이 각 4000만 원, 딸 2명이 1000만 원씩 물려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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