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건 달 모양이다. 반달이나 초승달일 때는 달빛이 약해서 달무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보름달이 뜰 때 ‘새털구름’이라 불리는 얇은 구름층이 지나가야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그런데 달무리 속 보름달은 지평선에서 얼마나 높은 곳에 떠 있는가에 따라 우리가 아는 ‘쟁반같이 둥근’모습을 보이거나 조금 찌그러진 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육안으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달은 완벽한 원형이 아니다. 가로와 세로 방향의 반경을 비교해 보면 세로 극반경이 약 2km 더 짧다. 달의 반지름이 1700km 가 넘으니, 달은 동그란 원을 좌우에서 아주 살짝 잡아당긴 것 같은 타원형이라 할 수 있다. 달과 관련된 오해는 이것 외에도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달의 크기다. 정월 ‘대보름’이란 말도 있는 것처럼 달이 유난히 크게 보일 때가 있다. 이는 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라는 데 기인한다. 타원이 원과 비교해 좌우로 혹은 아래 위로 얼마나 길게 뻗어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이심률(eccentricity)이란 값을 쓴다. 말하자면 원의 찌그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인데, 달 궤도의 경우 이 값이 0.05이다. 즉, 달 궤도의 세로 반지름은 가로 반지름의 0.999배 정도 된다.
이 정도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로 인해 달과 지구는 가까워졌다(근지점) 멀어졌다(원지점)를 반복한다. 그런데 근지점에서 다음 근지점에 이르는 시간 즉 근월점의 주기는 보름달이 뜨는 주기(삭망주기)와 이틀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시기에 뜨는 보름달도 더 커 보이거나 작아 보인다.
달 크기가 달라 보이는 때가 또 있다. 떠오르기 시작할 때보다 한밤에 보면 달이 더 작아 보인다. 이는 폰조 착시(Ponzo Illusion)현상으로 설명된다. 뒤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철도 레일을 따라 가로로 긴 직사각형을 움직여보면 앞에 있을 때보다 뒤에 있을 때 사각형이 더 크게 보인다. 이처럼 배경을 기초로 물체의 크기를 판단하는 착시 때문에 하루에도 달의 크기가 달리 보이게 된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번씩 들고 난다. 이처럼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현상을 조석이라 하는데, 달과 지구 사이의 중력이 주요 원인이다. 즉,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의해 중력을 받을 때 가까운 쪽과 반대쪽이 받는 힘에 차이가 있다. 이런 중력의 차이로 인해 밀물과 썰물이 반복해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바닷물의 이동이 지구 자전에 영향을 준다. 즉, 바닷물이 움직일 때 해저 바닥과 마찰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이처럼 약해진 지구의 자전력은 달이 지구에서 점차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달과 지구로 이루어진 ‘계의 각운동량 보존’이란 물리 원리에 의해 설명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 기회로 넘기겠다.
1년에 3.8cm씩 멀어지는 달·지구 간 거리
중요한 건 실제로도 달과 지구 간의 거리가 1년에 약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달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46억 년 전에는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2만2530km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보다 약 스무 배 더 멀어진 38만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십 억년 뒤 언젠가 지구가 자전을 멈춘다고 한다면 달은 지구에서 더 훨씬 멀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달이 늘 그 자리에서 뜨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건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디딘 게 1969년이니 올해로 벌써 55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달의 속살이 많이 드러났다. 많은 오해(?)가 풀렸고, 새로 밝혀진 사실도 많다. 일례로 2023년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에 게재된 한 뉴스에 따르면 지구 자기권 내에서 방출되는 전자들로 인해 달에 물을 형성할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달에 사는 생명체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만큼 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