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가 한풀 꺾인 가운데 전월세를 찾는 발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 피로감 영향으로 매매 수요가 줄고, 셋집을 구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월별 아파트 매매량 통계 분석 결과 8월 매매량은 5908건으로 전세 9923건과 월세 5978건보다 적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8월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7월 거래량(8851건)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에 불이 붙으면서 매매량이 급증한 바 있다. 7월 전세 거래량은 1만985건으로 5월 1만1723건과 6월 1만1020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7월 매매와 전세 거래량 차이는 2000건 수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8월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거래량 차이는 이날 기준으로 4000건 이상 벌어졌다. 매매량이 줄었지만, 전세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들어 전월세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은 우상향하고 있다.
1월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은 58.4% 수준이었고, 3월에는 57.4%로 되려 하락하기도 했다. 이어서 5월까지 58.2%로 큰 변동이 없다가 7월 61.3%에 이어 8월 62.4%까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내 전세 수요는 집값 상승세가 절정이던 2021년 10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KB부동산 ‘주간 전세수급지수’에 따르면 9일 기준 지수는 143.27로 집계됐다.
올해 최고치는 지난달 26일 기록한 144.50으로 지난 2021년 10월 25일 기록한 147.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전세 매수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9일 기준 지수는 지난달 말보다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서울 내 전세 거래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외곽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전세 물건이 많이 줄어든 곳은 중랑구(-37.0%)로 6월 25일 395건에서 이날 249건으로 감소했다. 이어서 같은 기간 동작구(-16.9%·854건→710건)와 양천구(-15.6%·701건→592건), 강서구(-13.8%·696건→600건) 등이 전세 물건 감소율 상위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들어선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월세를 찾는 발길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까지 시중은행은 갭투자 등에 사용되는 전세자금대출과 미등기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자금대출 접수 중단도 시행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전세대출이 차단된 상황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시장 분위기는 매맷값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가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망세가 짙은 상황”이라며 “10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폭이나 속도에 따라 연말까지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고, 만약 대출금리 변동 없이 DSR 규제 등 추가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 수요자들이 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