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 비율 악화 가능성
생보업계 "부채 재구조화
제도 개혁회의서 논의돼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서 생명보험업계가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리가 1%포인트(p)만 떨어져도 재무 상태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 확충이 어려운 보험사도 있어 종신보험이나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재정비할 수 있는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6000억 원 규모로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ABL생명도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한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결과 총 2230억 원의 매수 주문이 이뤄졌다. 이는 금리 인하를 앞두고 자본을 늘려 대비하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앞서 연준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0%로 0.5%p 내리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통화정책이 전환점(pivot)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리가 1%p만 하락해도 보험업권의 지급여력(K-ICS)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K-ICS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100bp(1bp=0.01%) 하락 시 경과조치 후 K-ICS 비율이 생명보험사는 25%p, 손해보험사는 30%p 하락한다”며 “공동재보험 가입이나 장기 채권 매수를 통해 금리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본 확충뿐만 아니라 부채를 재구조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의 부채 대부분은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고객 보험금으로, 특히 생보사의 경우 부채 듀레이션(가중 평균 만기)이 길어 자본압박이 더 크다.
보험업계는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계약 재매입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고객이 종신보험이나 고금리 저축상품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보험사로부터 해약환급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종신이나 저축성보험을 연금보험과 장기간병보험 등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는 ‘계약전환제도’도 거론된다. 고객이 사망하고 난 뒤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중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해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인구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종신·고금리 저축성 보험의 유동화가 가능해지면 당장 자본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의 중소형 생보사 등에도 공통으로 부채 구조조정 효과를 줄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 위원은 “보험사는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계약으로 인해 자본관리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관리방안으로 계약 재매입, 계약이전과 같은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