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낮아졌지만 항공권 가격 올라
여행 수요 증가로 기본운임 높아진 영향
국제유가 하락과 비수기 영향으로 하락 전망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유류할증료가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여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운임이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국제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28.03으로 집계됐다. 국제선 공급이 부족하고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같은 달(125.12)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108.14)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는 올해 5월부터 4개월 연속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1월 124.84로 시작한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는 3월 117.91까지 내려왔다가 5월부터는 119.62, 6월 120.75, 7월 124.65, 8월 128.03 등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항공권 가격은 크게 기본운임과 유류할증료, 공항 이용료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할증료다. 국내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값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유류할증료도 낮아지는 추세다. 대한항공의 경우 인천-뉴욕 노선 등 대권거리 6500~9999마일 구간의 유류할증료는 5월 16만1000원에서 6월 14만1400원, 7월 12만3200원으로 낮아졌다가 8월에는 14만14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유류할증료가 떨어지는데도 항공권 가격이 오른 배경은 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기본운임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높다고 항공사가 마음대로 항공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권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놓았다.
대신 항공사는 영업상황을 고려해 예약등급을 다양하게 나누고 이를 수시로 조절해서 판매한다. 예약률이 저조하면 특가운임 등을 늘려 판매를 높이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여행 수요가 높아지면서 예약률이 높아졌고, 이에 특가 항공권 등이 비율이 줄며 항공권 평균 가격이 오른 것이다. 여름 휴가철인 3분기가 항공업계의 성수기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기본운임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여기에 유류할증료 등이 일부 붙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전가되는 유류할증료 부담은 비교적 크지 않다”며 “최근 탑승률이 높아지면서 특가 항공권 등이 덜 풀렸기 때문에 평균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항공권 가격이 당분간은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10월부터 유류할증료가 크게 낮아졌고, 4분기 비수기에 들어가면서 항공사들이 특가를 적용한 운임 판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일제히 10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인하했다. 대한항공의 10월 인천-뉴욕 노선 유류할증료는 9만2400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달 같은 구간의 유류할증료가 12만32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만 원가량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가 인하되는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이 여름 성수기보다 상대적으로 특가·프로모션 적용 운임 판매를 늘리고 있는 만큼 항공권 가격이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