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빚만 1.8兆…‘빚투 펀드’ 불과”
영풍과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무리한 자금 조달로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며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개매수가 인상을 반대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영풍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전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종가는 각각 70만4000원, 2만2750원이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애초 고려아연 주식 최대 302만4881주(지분율 14.61%)를 주당 66만 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1조9964억 원이었으나, 이날 공개 매수 가격이 상향 조정되면서 총금액은 2조2686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 공개 매수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다.
자금 확보 차원에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전날 영풍으로부터 3000억 원을 대여했다.
고려아연 측은 “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며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 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파트너스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빚만 무려 1조8000억 원. 말이 사모펀드지 펀드자금은 몇천억 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대금마련을 위해 공개매수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4905억 원(고정금리 연 5.7%, 차입기간 9개월)을 차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향 조정을 높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응할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최 회장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5영업일이 남았다. 공개매수 종료 기한은 6일이지만 5일부터 주말이기 때문에 장이 열리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4일 종료된다. 최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백기사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넘길 경우 핵심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계 자본 재매각 가능성 등을 강조하며 공개매수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MBK파트너스ㆍ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 최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국감 증인 신청이 논의되고 있다. 이들은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등에서 증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을 불러 경영권 분쟁 문제를 질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