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인공지능(AI) 종목들의 랠리가 주춤하다. 일각에서는 AI주 고평가,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나오면서 동력이 꺾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AI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AI 랠리가 반도체, 서버에 이어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SW)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빌미로 성장주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간 AI 랠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소프트웨어 섹터가 주가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이달 들어 소프트웨어 섹터 주가는 3.8% 상승해 IT 섹터 내 주가가 가장 빨리 움직였고, 이익수정비율은 308%로 강력한 이익 모멘텀이 부각됐다.
신한투자증권은 탑다운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이유로 △금리 인하를 비롯한 매크로 불확실성 해소 △주도주 중심의 긍정적인 실적을 꼽았다. 바텀업 관점에서는 △고객사들의 지출 축소 흐름 마무리 △멀티·하이브리드·프라이빗 클라우드 트렌드에 따른 작업 환경 전환 가속 △AI를 통합에 대한 초기 수요 강세 등을 지목했다.
금리 인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긍정적이다. IT 관련 투자를 촉진해서다. 역사적으로 금리 하락시기에 잉여 자본은 생산성, 수익성이 높은 IT에 투자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와 유사하게 디스인플레 흐름이 이어졌던 1980~1990년대 IT 투자가 더욱 활성화됐다.
금리인하는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로도 연결된다. 지난 실적 시즌에서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한 기업들은 고객사들이 금리ㆍ수요 환경 등 매크로 측면 불확실성으로 신중한 지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9월 FOMC를 기점으로 인하 시기·인하폭 관련 노이즈가 일정 부분 해소된 가운데, 연말로 갈수록 대선발 변동성도 소멸하면서 고객사들의 지출 전망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상당수 플랫폼 업체 서비스의 근간인 AI 인프라가 견조한 가운데, 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AI가 더욱 많이 탑재되고, 기업들이 업무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일부 B2B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거 사례에서도 하드웨어 혁신이 주도하는 초기 상승은 소프트웨어로 확산됐다. 1996년 마소와 인텔이 PC 혁명을 주도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순차적으로 시스코(통신장비), 오라클, JAVA(소프트웨어) 등 기업들이 주도주 대열에 합류했고, 이후 다수 B2C 소프트웨어도 급등했다.
최근 AI 중심의 혁신 또한 과거와 비슷하다. AI 랠리 초기에는 고성능 GPU 등 칩셋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가 가장 먼저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현재 기업들의 AI 클라우드 구축 수요로 클라우드·AI 솔루션·데이터 관리 분석 등의 B2B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강세가 확산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한비ㆍ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B2B 소프트웨어 중 오라클, SAP, IBM,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팔란티어 6개 업체를 분석했다"며 이중 서비스형 인프라(IaaS)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균형있는 성장이 돋보이는 오라클과 AIP(AI 플랫폼)의 본격 확대와 함께 민간, 정부 부문의 수익 가시성이 높은 팔란티어를 최선호주로 꼽았다.